김혜경, 떨리는 목소리로 “제보자 A씨는 피해자…진심으로 사과”

입력 2022-02-09 18:14 수정 2022-02-09 18:4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대국민 직접 사과’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씨는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김씨는 특히 제보자인 전 경기도청 8급 공무원 A씨에 대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A씨의 제보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던 스탠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다만 김씨는 “A씨는 경기도에 처음 왔을 때 배모씨가 소개해 줘서 첫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다”라며 “그 후에는 소통하고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자회견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한 이 후보의 입장을 전할 때는 천장을 쳐다보고 답변을 머뭇거리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 세례를 받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씨가 직접 사과를 하고 나선 배경은 2차 TV토론회 전에 관련 논란을 서둘러 수습하기 위한 의도다.

선대위 관계자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회에서까지 이 후보가 논란을 해명하는 상황이 최악”이라며 “낮은 자세로 먼저 사과하고, 나머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직접 따져볼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그간 선대위의 대응방식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제보자 A씨의 폭로 내용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오히려 이슈를 키우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애초부터 낮은 자세로 사과하고, 당시 사정들을 설명했다면 국민이 오히려 이해해 줬을 것”이라며 “사과도 아닌 어정쩡한 서면입장문을 내고, 말끔하지 않은 해명이 이어지면서 의혹을 더 키워 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A씨의 제보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식의 공세까지 벌이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더 꼬여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은 불리한 이슈만 나오면 제보자나 피해자를 공격한다는 식으로 유권자들은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불필요하게 야당에 ‘2차 가해’ ‘내로남불’ 공세 빌미만 주게 됐다”고 꼬집었다.

A씨 측 관계자는 김씨 입장 발표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인정하고 사과한다면서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역시 “동문서답식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경기도 공무원들을 사적 비서로 활용하고 공적자금을 유용한 것, 대리 처방과 관용차 사적 사용 등에 대해 어느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오전부터 김씨 사과로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대위 내에서는 이 후보와 김씨가 공동사과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또 성남시장, 경기지사 때부터 이 후보를 보좌했던 참모진의 선대위 일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선대위 ‘원톱’으로 데뷔한 이낙연 신임 총괄선대위원장은 앞서 진행된 중앙선대위 회의 때부터 김씨 사과를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논란과 관련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안규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