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은 9일 물적분할로 새로운 스튜디오(법인)를 설립하는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CJ ENM은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로 스튜디오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공시를 뒤집은 셈이다. 물적분할 공시 때 8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CJ ENM 주가는 이날 9.52% 급등했다.
지난달 지주회사로 전환한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며 대규모 배당금을 확정했다. 2021년 배당금은 총 1만7000원으로 전년(9000원)보다 2배 가깝게 늘었다. 물적분할에 불안감을 표시한 소액주주들을 달래려는 시도다. 포스코홀딩스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고, 연내 자사주도 소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장 직후 스톡옵션 대량 매각으로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페이도 주요 경영진이 주식을 다시 사들이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신원근 대표 내정자는 주식 매각으로 얻은 차익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썼다. 카카오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대표는 주식 매각에 책임을 지고 내정자 및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카오페이는 전날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시금 몸을 낮췄다.
논란이 된 기업들이 이렇게 태세를 전환한 것은 예상보다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후 상장하며 모회사 주가 하락, 소액주주 피해 등을 유발하는 ‘쪼개기 상장’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됐다. 카카오페이의 상장 직후 주식 매각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카카오 노동조합, 증권업계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대선 후보들의 잇달은 강경 발언과 금융당국의 규제 가능성도 기업으로서는 위험 요인이다. 이재명·윤석열·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은 기존 주주를 보호하거나 쪼개기 상장 자체를 금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카카오페이 먹튀,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하겠다”고 적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물적분할 후 상장의 첫째 이슈는 소액투자자 보호”라며 “금융위원회와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