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적폐청산’ 발언에 민주당 “정치보복 선언” 총공세

입력 2022-02-09 17:35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노골적인 정치 보복 선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을 냈다.

여권이 일제히 윤 후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에 여전히 미온적인 일부 친문(친문재인) 지지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발언이)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 보복을 하겠다고 들릴 수 있는 말씀이어서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하면 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긴급 성명을 내고 “윤 후보가 문재인정부에 대한 노골적 정치 보복을 선언했다”며 “윤 후보는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가 마침내 검찰공화국의 야욕을 낱낱이 드러냈다”며 “공당의 대선 후보가 보복 정치를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후보가 집권하면 분명히 조폭 정치가 난무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 저희는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열린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대선후보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시민사회 생명안전 10대 과제를 전달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전 대표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플러스’ 앱에 올린 글에서 “만일 문재인정부에 적폐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윤 후보에게 있을 텐데, 어디 감히 문재인정부 적폐란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정치 보복을 입에 담아버린 이상, 이번 대선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일을 막는 대선이 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윤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후보께서 하신 말씀은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며 “아무리 선거라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받아쳤다.

윤 후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새 정부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전 정부 일이 적발되고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윤 후보에 분노한 친문 지지층이 이 후보 지지층으로 흡수되는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