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만 26조원…“화이자, 바가지 상술로 돈방석” 비판

입력 2022-02-09 17:27 수정 2022-02-09 17:28

지난해 순이익만 26조원이 넘게 벌어들인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백신 장사’로 벌어들인 방식이 바가지 상술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넘게 이어지며 아프리카 국가가 백신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공공자금으로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는 기술 공유에는 침묵하면서 일부 국가에는 백신 가격을 최대 3배로까지 부풀려 매겼다는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의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 지난해 매출은 813억 달러(약 97조4000억원)에 달해 전년의 두 배에 달했다. 이중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368억 달러(약 44조1000억원)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순이익은 220억 달러(약 26조 3000억원에 달해 전년(91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화이자는 올해 매출에도 청신호를 키고 있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매출이 올해 220억달러(약 26조4000억원)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올해 매출도 종전 전망치에서 10억 달러 높인 320억 달러로 잡았다.

화이자 행보가 바가지 상술과 다름없다는 점이라고 영국 시민단체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는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화이자가 공공 보건 체계를 상대로 돈을 뜯어낸 셈”이라며 근거를 제시했다.

이 단체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하는 데 4억7500만 유로(약 6400억원)의 공공자금을 투자받았다. 화이자 백신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했는데, 여기에는 공공 자금 성격의 유럽투자은행(EIB)에서 1억 유로(약 1366억원), 독일 정부에서 3억7500만 유로(약 5100억 원)를 각각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이자는 이렇게 개발한 백신을 손에 쥔 채 외부에 기술 공유를 외면했다.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지구촌으로 저렴한 가격에 복제 백신이 공급되는 것을 사실상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서 화이자가 영국 정부와 백신 공급 계약을 하면서 가격을 3배 가까이 부풀려 매겼다고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는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화이자는 아프리카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면서 ‘이윤이 없는 가격’인 6.75달러로 적용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공급한 가격은 이보다 299% 높다는 것이다.

저스티스 나우 관계자는 “mRNA 백신 개발은 지구촌의 코로나 대응에서 획기적인 일이 됐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화이자가 지구촌 대부분에 이런 의료 혁신을 넘겨주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폭리를 쓸어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이자가 이렇게 거둬들인 연매출 813억 달러는 이제 에티오피아, 케냐, 가나, 과테말라 등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하며 세계 66번째 국가 수준이다.

또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가 지구촌에 골고루 백신을 공급하느라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현금 52억 달러 긴급 수혈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화이자 백신 매출의 7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