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멋진 메달이에요. 이건 진짜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에요. 특히 중국의 1500m 강자(닝중옌)을 기록으로 코를 납작하게 한 게 제일 멋졌던 거 같아요.”
‘빙속 괴물’ 김민석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뤄내자 손세원 성남시청 감독이 말했다. 김민석의 소속팀 사령탑이자 스승이기도 한 그는 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전히 감격에 겨운 듯 “경기를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전날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500m에서 1분44초24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아시아인으로서 첫 1500m 메달 역사를 쓴 데 이어 2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기록도 4년 전보다 0.69초 앞당겼다.
손 감독은 최근 중국 편파판정 논란으로 침체된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해 활기를 불어넣은 제자를 극찬했다. 그는 “중국이 쇼트트랙에서 터무니없는 경기를 진행하면서 한국 선수단 전체가 침체된 분위기였는데 민석이가 전체 사기를 올려준 것에 만족한다”며 “최고의 경기였다”고 말했다. 금메달 유력후보로 거론된 세계랭킹 2위 중국의 닝중옌은 1분45초28로 7위에 그쳤다. 김민석은 실망한 듯한 닝중옌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김민석은 2018년 1월 고교 졸업 후 바로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손 감독과 사제 연을 맺었다. 지난 4년여간 김민석을 지켜본 손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집념이 강하지만 민석이는 유독 승부근성이 강하고 생활도 성실한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시합이 끝나면 다들 지치니까 며칠 쉬기도 하는데 민석이는 그 다음 날도 웨이트 훈련을 하고 트레이너에게 질문하면서 동작을 연구한다”며 “일회적인 게 아니라 모두 계획과 목표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과정들이 민석이를 남들과는 다르게 만든 것”이라며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도 운동 목표만 보고 가는 게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김민석의 집념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자 1500m에서는 키나 체격이 속도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서양 선수들에 비해서) 민석이는 체격이나 체중 등이 열악하다”며 “그럼에도 저런 성적을 낸다는 건 기적이다. 보통 노력으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민석은 신장이 177㎝로 함께 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키얼트 나위스(188㎝) 토마스 크롤(191㎝)보다 체격이 작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당당히 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 감독은 김민석이 2026년 밀라노 올림픽에서는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며 “남은 1000m 경기와 팀 추월에서 국민들을 위해서 멋진 레이스를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오는 15일 팀추월과 18일 남자 1000m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평창올림픽에서 이승훈 정재원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한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