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무혐의에 ‘에밀 졸라’ 글 올린 임은정 “재정신청한다”

입력 2022-02-09 17:23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뉴시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무혐의 처분에 대해 “지지율 높은 대선후보를 기소 못하겠구나 싶어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 담당관은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격문인 ‘나는 고발한다’ 서문을 올리기도 했다.

임 담당관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의 윤 후보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재정신청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임 담당관은 페이스북에 ‘나는 고발한다’ 서문을 올리기도 했다. 에밀 졸라는 누명을 쓰고 유죄 선고를 받았던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격문을 썼었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페이스북

임 담당관은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놀라고 분노하고 죄스럽고 무엇보다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결코 허락되지 않는 금단의 성역에 굴러 떨어진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했었다”며 “사건기록 마지막장은 검찰총장의 직무이전 지휘서가 되리란 걸 직감했었다”고 했다.

임 담당관은 “드레퓌스의 누명은 벗겨졌지만 드레퓌스에게 누명을 씌운 이들조차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음을 알고 속상하고 분했다”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제라도 엄정히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임 담당관은 “변호사들과 상의해 조만간 재정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검찰의 범죄를 고발하는 고발인으로 피고인석에 선 검찰의 일원으로 담담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임 담당관은 “‘한명숙 구하기’로 호도하는 언론보도가 적지 않았는데 재소자들의 인권침해, 검사의 객관의무 위반과 관련 사건이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지난 2010년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당시 검찰이 재소자들의 위증을 교사했다는 한 재소자의 민원으로 촉발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를 확정 받았다.

당시 법원 유죄 판결에서 재소자들 증언이 핵심 증거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위증교사 의혹이 사실이라고 해도 한 전 총리의 재심 청구 근거로 쓰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위증교사 의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특수수사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당도 한 전 총리의 결백을 떠나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한명숙 구하기’라고 맞대응했다. 과거 검찰 수사팀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당시 재소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찰도 몰랐던 사실을 진술했었다”며 위증교사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반발했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 재직할 때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을 조사하던 임 담당관(당시 대검 감찰정책 연구관)은 해당 재소자들을 입건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결재를 올렸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를 반려하고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임 담당관은 이 같은 지시는 수사 방해라고 반발했었다.

모해위증 교사 사건은 결국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및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를 거쳐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윤 후보는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공수처에서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진행해왔다.

공수처는 윤 후보의 혐의와 관련해 “윤 후보 등이 임 담당관 결재를 반려하고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가 감찰3과장이라고 재확인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검 검사급 이상의 비위에 관한 조사가 애초 감찰3과장 사무로 규정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윤 후보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또 “범죄혐의가 명백하지 않은 재소자들을 모해위증죄로 기소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윤 후보 등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