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신동’ 이채운, 올림픽 데뷔전서 가능성 봤다

입력 2022-02-09 16:16 수정 2022-02-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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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신동’ 이채운이 첫 올림픽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한국 스노보드의 미래 이채운(16·봉담중)은 9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1차 시기 26.00점, 2차 시기 35.00점을 기록했다. 25명 중 18위로 12명이 참가하는 결선 티켓은 아쉽게 놓쳤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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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둥근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원통형 슬로프 양쪽을 넘나들며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8번째 순서로 나선 이채운은 1차 시기 최고 높이 4.9m, 평균 높이 4.1m로 속도감 있는 레이스를 펼쳤지만 후반부 점프 미스로 아쉬움을 남겼다.


2차 시기에서는 더 과감하게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4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시도하다가 땅을 살짝 짚었지만 후반부 다시 4바퀴 기술을 시도하는 강심장을 보였다. 마지막 착지가 다소 불안정하자 머리를 싸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카메라를 향해 엄지와 손하트를 날리며 ‘중딩’ 다운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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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충분한 선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갑작스레 올림픽 무대를 밟았기에 준비과정도 짧았다.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채운은 올림픽 개막 이후에도 스위스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했다. 출전권을 따낸 독일 선수가 참가를 포기하면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4일 뒤늦게 추가 출전이 결정됐고 불과 경기 이틀 전인 7일 중국으로 이동해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채운은 2006년 4월 11일생으로 우리 대표팀 막내이자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 중 피겨스케이팅의 카밀라 발리예바(2006년 4월 26일생)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다. 2010년 2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아시안컵에서 당시 14세의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 획득했고,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38명 중 8위에 오르며 꾸준히 기량을 끌어올려 왔다. 어린 나이에 쌓은 올림픽 경험과 4년 간 신체적·기술적 성장이 어우러진다면 다음 올림픽에서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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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여자부 예선에 출전한 이나윤(19·수리고)도 올림픽 첫 도전을 마무리했다. 1차 시기 31점을 획득했고, 2차 시기 34.50점으로 점수를 끌어올렸지만 14위로 아쉽게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나윤은 2018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0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그해 로잔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출전해 전체 7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