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현장감식 돌입…실종자 수색 완료

입력 2022-02-09 15:38 수정 2022-02-09 16:12

실종자 6명이 모두 수습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붕괴사고 현장에서는 9일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1차 현장감식이 진행됐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8일 밤 실종자 수색 완료에 따라 이날 오후 3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과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수사본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 23층부터 39층 사이 외벽·바닥에 남은 콘크리트와 부서진 잔해를 드릴로 뚫어 지름 10㎝ 길이 20㎝의 콘크리트 원형 시료 67개를 확보했다.

수사본부는 최초 붕괴가 발생한 39층의 현장감식을 토대로 향후 현대산업개발(현산) 현장 공사 책임자와 하도급 업체 현장소장 등을 다시 불러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을 엄밀하게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도 수사본부가 무너진 건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원형 시료를 토대로 표준 시험체와 층별로 실제 시공된 콘크리트 강도, 파괴 하중 등을 비교·분석하고 있다.

수사본부 등은 확보한 콘크리트 시료를 토대로 붕괴사고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콘크리트 양생 불량 등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오전에도 2차 합동 현장감식이 진행된다.

수사본부는 그동안 붕괴 현장에서 24시간 체제로 진행된 실종자 수색작업 탓에 현장 실무자 소환 조사 등이 지연됐으나 전날까지 실종자 6명 전원이 수습됨에 따라 수사에 활기를 띠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시공사인 현산 직원 6명, 감리 3명,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1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과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광주시와 서구는 피해자 가족협의회와 지난달 11일 붕괴 직후 실종됐다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6명의 합동 분향소 설치를 논의하는 등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은 현산의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보상 약속을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 안 모(46) 씨는 “현산 측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할 때까지 붕괴현장에 설치한 비닐 천막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서구는 가족협의회가 원하면 언제든 지난해 6월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전례를 참고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시민들의 분향을 받기로 했다.

또 붕괴 아파트 철거 범위와 공사재개 여부 등을 결정할 전문기관 정밀 안전진단과 함께 한 달 가까이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해온 인근 상가 피해 보상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붕괴 현장과 인접한 금호하이빌 입주민 110가구 146명과 상가 170여 곳은 사고 이후 이재민 생활을 하거나 영업을 거의 중단해왔다.

서구에는 오는 3월 국토부 사고조사위 조사결과에 따라 신축 중인 화정아이파크 정밀 안전진단과 붕괴사고가 난 201동 철거, 인근 상가 등의 피해보상 협의 등을 전담할 상설기구가 신설된다.

서구는 입주 예정자와 시공사, 감리단과 협의해 안전진단 기관을 선정해 정밀진단을 의뢰해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화정아이파크 847가구의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달 “판박이 설계와 공법이 이루어졌다”며 “붕괴사고가 난 201동뿐 아니라 8개 동 전체의 재시공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계는 39층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 철거에만 최소 1년, 아파트 단지 전체 시공에는 2~3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은 “아파트 건축 승인권자로서 현산 측에 안전강화조치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통보했다”며 “상설기구를 통해 입주 예정자와 현산, 상인 간 협상 중재자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