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적폐수사 파장…與 “정치보복 선언” 野 “도둑이 제 발 저려”

입력 2022-02-09 15:02 수정 2022-02-09 15:0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집권한다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시사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노골적인 정치 보복을 선언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응수했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9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정치 보복을 선언했다”며 “일평생 특권만 누려온 검찰 권력자의 오만 본색이 드러난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치보복은 온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이자 대한민국을 분열과 증오로 역행시키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보복의 칼을 겨누는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정치 보복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현재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엄중하게 인식하고 단호하게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권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도 나서서 “어디 감히 적폐란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고 발끈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플러스’ 앱에 올린 글에서 “문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적폐 청산과 국정농단 심판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겼고 검찰총장까지 고속 승진을 시켜준 사람이 윤 후보”라면서 “만일 문 정부에 적폐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윤 후보에게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역시 “듣기에 따라서 ‘정치 보복을 하겠다’ 이렇게 들릴 수 있는 말이어서 매우 당황스럽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에서 시민사회 생명안전 10대 과제를 전달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힘 “與,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비리 덮으려”

국민의힘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반격했다.

원일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윤 후보가 적폐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민주당이 정치 보복 선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며 “정치 보복이라는 용어를 엉뚱한 곳에 끌어다 댄 견강부회 주장이고 스스로 저지른 수많은 범죄에 대한 ‘도둑 제 발 저림 현상’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원 대변인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정치 보복 프레임을 통해 저지른 권력형 비리를 덮으려 하는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지킨 원칙은 단 하나였다”며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편 네편 가리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이 정권이 했던 것처럼 검찰 인사에 직접 손을 대거나 수사 지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며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발언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뒤집어씌우는 세력은 이 후보와 민주당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 여권 향해 “내가 하면 적폐 처리고, 남이 하면 보복인가”

앞서 윤 후보는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수사)해야죠. 돼야죠”라면서도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선 “제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했던 게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보복한 것이었느냐”며 “누가 누구를 보복하나. 그러면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서 한 건 보복인가”라고 반문했다.

인터뷰 발언이 공개된 이후 여권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윤 후보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면서도 “내가 한 것은 정당한 적폐 처리고, 남이 하는 건 보복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 후보는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적폐에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불법을 저지르고 수사 당국에 의해 수사될 때까지는 시차가 있기 마련”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전 정부 일이 적발되고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