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수사를 방해한 의혹으로 고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 착수 8개월 만이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사건 4건 중 결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이날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입건된 윤 후보 및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을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후보는 검찰의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당시 재소자들에 대한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내용의 민원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됐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당시인 지난 2020년 5월 사건 진상조사를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담당하도록 지시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지시로 대검 감찰부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윤 후보와 조 연수원장(당시 대검 차장)은 사건 진상조사를 담당하던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당시 대검 감찰정책 연구관)이 올린 재소자들에 대한 인지 수사 결재를 반려하고 주임검사를 감찰3과장으로 지정한 혐의도 받았다.
대검이 모해위증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까지 행사했다. 이어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윤 후보가 검찰총작으로 재직할 당시 대검은 이 같은 지시가 논란이 되자 “검찰총장의 정당한 직무 권한에 따른 지시”라고 일축했었다.
공수처도 윤 후보 등의 지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대검 감찰부와 인권부에 업무관련성이 있는 민원이 있을 때 담당부서를 지정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권한”이라며 “(윤 후보가) 대검 감찰부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후보 등이 임 담당관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고검 검사급 이상의 비위에 관한 조사는 감찰3과장의 사무로 규정돼 있고 대검 부장 및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도 모해위증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결론이 났다”며 무혐의 처분 근거를 밝혔다.
즉 애초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권한이 임 담당관이 아닌 감찰3과장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는 “윤 후보 등이 임 담당관 결재를 반려하고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가 감찰3과장이라고 재확인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혐의가 명백하지 않은 재소자들을 모해위증죄로 기소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피의자들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의혹 남은 사건 수사도 난항
공수처는 한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외에도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고발 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3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 의혹 중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징계 사유가 됐던 사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윤 후보에 대한 징계가 적법했다고 판단하면서 판사사찰 문건 작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후보를 잇따라 입건한 후 한 차례도 소환조사 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선을 28일 앞둔 시점에서 고발사주 의혹 사건도 아직 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고발사주 의혹으로 입건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1차례, 구속영장을 2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전부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대선 전에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