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재명이 안현수 러시아로 쫓아”… 李 “거짓말”

입력 2022-02-09 14:52 수정 2022-02-09 14:53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중국 대표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로 활약 중인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때문에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는 주장이 야권으로부터 나왔다. 성남시는 2010년 12월30일 시 부채 해결책의 일환으로 빙상팀 성남시청을 해체했고, ‘무적’이 된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팀 해체를 승인한 당시 성남시장 이 후보에게 안현수 귀화의 책임 돌린 것이다. 이 후보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원희룡 “이재명이 빙상팀 해체해 러시아 간 것”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9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님, 성남시 빙상팀 해체 관련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요?”라고 적으며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의 2014년 인터뷰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에는 이 후보가 정치적 이유로 성남시청을 해체했다고 주장하는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의 주장이 담겼다.

원 본부장은 전날에도 “이 후보는 쇼트트랙 경기 장면이 나오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며 “안현수가 속해있던 성남시청 빙상팀 해체할 때 이재명 시장이 ‘직장운동부 1명이면 가난한 아이 3명을 도울 수 있다. 나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라 이런 데 돈 못 쓴다’는 모라토리움 핑계를 댔다. 하지만 가짜 부도였다고 이재선 형님이 폭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시장의 팀 해체로, 안현수는 외국에 갈 수밖에 없었다. 시장 재선 선거를 앞두고 성남시 예산 300억 투입해서 성남일화 구단 인수한 게 지금의 성남 FC”라고 언급했다. 이어 “성남 FC는 6개 기업에서 160억 협찬받고, 이재명 시장 측근이 뭉칫돈 현금화했다”며 “이랬던 이 후보가 중국 올림픽에 나간 쇼트트랙 선수 응원할 염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안현수 귀화에 대한 이 후보 책임론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에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 나왔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이 이 후보가 안현수를 러시아로 내몰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홍문종 전 의원도 “안현수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1년간 쇼트트랙팀 해체 유예를 요구했으나 이 시장이 단칼에 거절했다”며 공세에 가세했다.

이 후보는 2014년 5월 변 고문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모욕 등 침해에 대해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6년 1월 변씨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중국 대표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허위사실… 끼워 맞추기 적당히”

이 후보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전용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원 본부장의 거짓말이 매일 진화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악의적인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과거 안현수 선수 아버지의 인터뷰만 확인해도 무엇이 진실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안”이라며 “존재감을 잃어가는 원 본부장은 이렇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까지 국민의 눈길을 받고 싶은 건가. 끼워 맞추기도 적당히 해야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도 트위터를 통해 “안현수 귀화는 성남시청과 무관하다고 안현수 부친이 밝혔는데 법적 조치는 분명하다. 도를 넘었다”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2014년 2월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성남시청 해체되기 전에 (안)현수는 러시아 가는 것이 확정돼 있었고, 성남시청이 해체가 안 됐어도 러시아 가기로 벌써 결정이 다 돼 있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성남시청 해체가 러시아 가게 된 동기는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전 대변인과 이 후보의 안현수 부친 발언은 이 인터뷰를 언급한 것이다.

성남시는 2010년 모라토리엄 선언 여파로 안현수가 뛰던 빙상부를 포함한 직장운동부 15개 중 12개를 해체했다. 이후 무릎 부상 여파로 대표팀에 낙마한 데 이어 ‘무적’ 신세가 된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쇼트트랙 황제’로 다시 군림한 그는 2020년 선수 은퇴 후 지난해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로 합류했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모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두 선수 모두 레인 변경 반칙을 지적받아 실격당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탈락으로 중국 선수들이 결승 진출의 혜택을 받았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들끓었고, 김선태 감독과 안현수에게도 비판이 향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