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불능’ 모호해 위헌” 성폭행범 주장에 헌재 “합헌” 결정

입력 2022-02-09 14:18

준강간과 준강제추행죄에 규정된 ‘항거불능’ 개념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형법 299조의 항거불능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4년 등을 확정 받고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추행한 경우 강간 및 강제추행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항거불능’의 의미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뿐만 아니라 ‘현저히 곤란한 경우’까지 항거불능에 포함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항거불능 상태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항거불능’의 상태란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를 말한다”며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이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술 마신 상대방과 성관계를 맺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헌재는 일축했다. 헌재는 “형법 299조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상호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주장은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