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군사충돌시 유가 100달러 돌파” 경고에 유류세 인하 검토

입력 2022-02-09 11:14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적 갈등 고조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전망이 나왔다. 가뜩이나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름값까지 더 오르면 서민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는 4월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박기영 2차관 주재로 대한석유협회, 정유 4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석유공사 등과 함께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제12차 회의'를 열고 우크라 사태와 관련해 비상시 석유수급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우크라 사태 이후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91.31달러를 기록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9.7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JP모건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우크라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고유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가 없거나, 외교적으로 조기 진정되면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이 발생하거나 서방 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심화하면 (JP모건 등이 예측한) 고유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 중 러시아에서 도입되는 물량은 5.6%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에서 전쟁이나 경제 제재 등의 여파로 석유 공급이 줄면 국제 유가 전체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비상시 정부가 비축해둔 비축유 방출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비축유는 총 9750만 배럴로, 외부 수입이 끊겨도 106일간 쓸 수 있는 물량이다. 아울러 유류세 인하 연장도 검토한다. 박 차관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4월까지 시행 예정인 유류세 인하 기간의 연장 등 국민 경제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지속해서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두 달 정도의 휘발유 가격 동향을 보고 3월 말이나 4월 초에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