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면 몰려오는 中 애국 네티즌 ‘소분홍’… 혹시?

입력 2022-02-09 11:08 수정 2022-02-09 13:30
중국 관중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전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배타적 애국주의 성향 네티즌 집단, 이른바 ‘소분홍(小粉紅)’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부터 SNS상에서 높아진 자국 비판 여론을 해시태그 장악으로 희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한국시간) “공립 클렘슨대의 미디어포렌식허브로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3개월간 트위터 자동 생성 계정을 분석한 결과 ‘#GenocideGames(학살경기)’라는 해시태그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와 무관한 스팸 게시물이 대량으로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에서 ‘#GenocideGames’ 해시태그는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낼 목적으로 사용된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 상황에서도 이 해시태그가 사용됐다.

미국·유럽 정계 인사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이 해시태그의 사용 빈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렘슨대 분석 기간 중 ‘#GenocideGames’를 붙인 트윗이 13만2000건이나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부터 중국 내 인권 문제와 무관한 게시물에 이 해시태그를 붙인 트윗이 대량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 상당수가 소분홍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1990~2000년대 출생자를 통칭한다.

소분홍은 강한 반미(反美)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주변국과 서유럽도 이들의 표적이 된다. 이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를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에서 경쟁한 다른 국가 선수의 SNS를 집중 공격하거나 소속 국가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타임라인에 대량으로 배포하고 있다.

클렘슨대의 대런 런빌 교수와 패트릭 워런 교수는 트위터에서 ‘#GenocideGames’ 해시태그를 붙이고 엉뚱한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에 대해 “인권운동가들의 결집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SNS 이용자들에게 주제와 무관한 콘텐츠를 노출해 해시태그 캠페인 효과를 희석하는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방식은 트위터 모니터링에서 특정 해시태그를 스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의 삭제를 유도할 수도 있다. 클렘슨대는 ‘#GenocideGames’ 해시태그를 붙인 트윗의 67%가 트위터의 스팸 정책에 따라 삭제된 것으로 파악했다.

트위터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문제의 계정들이 지난해 12월 처음 파악됐다”고 밝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2개월여 앞두고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해시태그에 ‘물타기 작전’을 시도할 목적의 계정이 대량 생성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클렘슨대가 추적한 문제의 트위터 계정 10개 중 1개는 첫 번째 트윗부터 ‘#GenocideGames’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런빌·워런 교수는 이 계정들에 대해 “오직 해시태그 물타기를 위해 생성된 계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