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멍 “한국은 안현수 비난할 자격이 없다”

입력 2022-02-09 10:58 수정 2022-02-09 14:19
왕명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왼쪽)와 안현수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오른쪽). 중국 신화(新華)통신 캡처

중국 쇼트트랙 영웅 왕멍(王濛)이 한국 내에서 빅토르 안(안현수)에게 불거진 비판 여론을 지적하며 “한국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9일 관찰자망(觀察者網)에 따르면 왕멍은 전날 인터넷 영상플랫폼 소호한위(搜狐韓娛)에 출연해 “나는 그(안현수)를 러시아에서 데려온 것이지 한국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다”며 “러시아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자기를 위한 무대를 갖고 싶어 할 그를 데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도 그에게 지도자직을 제안하지 않았다. 누가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느냐. 바로 중국이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왕멍의 영상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핫이슈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조회수는 2억회를 돌파했다. 이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중국 웨이보에는 ‘한국코치’ ‘한국서 안현수 가족 비난’ 등의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안 코치를 향한 악플을 중국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등 “한국에서 안현수 가족들이 악플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모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두 선수 모두 레인 변경 반칙을 지적받아 실격당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의 실격으로 중국 선수들이 결승 진출의 혜택을 받았다.

이 경기 결승에서도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역시 레이스 도중 반칙으로 인해 실격돼 2위인 런쯔웨이(중국)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판 판정이 교묘하게 중국에 유리하게 내려지고 있다는 논란은 지난 5일에도 있었다. 중국은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에서도 3위로 탈락할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디오 판독 끝에 심판이 2위 미국에 반칙을 선언했다. ‘어부지리’로 결승에 오른 중국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쇼트트랙 2개의 금메달이 상대 선수 실격 덕에 가능했던 셈이다.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중국 대표팀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기술코치가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중국팀 기술코치로 활약 중인 안현수와 총감독으로 있는 김선태 감독을 향해 비판 여론이 일었다. 비디오 판독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중국 선수들과 포옹하며 환호하는 모습까지 포착되며 분노를 더욱 키웠다.

김 감독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총지휘했다. 이들을 향한 비판은 한국 대표팀의 전술·전략과 대회 노하우를 경쟁국인 중국에 전수했다는 분노로도 볼 수 있다.

이에 안현수는 SNS를 통해 “개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모두 다를 수 있기에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라면 달게 받을 것”이라면서도 가족을 향한 비난은 멈춰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왕멍은 누구? 中에선 ‘영웅’ 韓에선 ‘반칙왕’

왕멍은 2006년 토리노대회와 2010년 밴쿠버대회에 연달아 출전하며 금메달 4개를 획득했다. 중국에선 자국 쇼트트랙을 강국 위치로 끌어올린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칙왕’ ‘나쁜 손’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왕멍이 선수 시절 한국 선수를 상대로 집요하게 고의적인 반칙과 몸싸움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왕멍과의 악연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 중앙TV(CCTV)의 해설자로 나선 그는 한국 선수를 향해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왕멍은 지난 5일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박장혁(스포츠토토)이 넘어지자 “잘 넘어졌네”라며 조롱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국적을 떠나 평정심과 페어플레이라는 스포츠맨십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멍은 안현수를 중국대표팀에 영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중국빙상경기연맹과 안현수 사이에서 ‘오작교’ 역할을 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전 총감독이었던 시절 2018년 안현수에게 중국대표팀 코치직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인 안현수는 2020년 4월 선수 은퇴 후 중국으로 향했다. 왕멍과 안현수는 2002년 주니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만나 꾸준히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