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조원어치 약속 안 지킨 중국…“트럼프 무역 합의는 실패”

입력 2022-02-09 09:27 수정 2022-02-09 09:29

지난해 만료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률이 5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약속한 미국 상품 구매 약속을 절반 정도만 지킨 셈이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도 전년보다 450억 달러 늘었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8일(현지시간) “상무부의 새로운 무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년간 구매하기로 약속한 금액 중 2130억 달러 규모를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채드 본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사적인 무역 협정’이라고 불렀지만, 이 협정의 역사적 의미는 실패했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고, 2020년 1월 양측은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미국이 추가 고율관세 부과를 자제하기로 하고, 중국은 2년 동안 공산품·에너지·서비스·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5024억 달러 규모를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피터슨연구소 측은 그러나 중국이 이 중 2888억 달러 규모만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CNN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무역이 둔화한 게 약속 이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중국이 다양한 범주의 구매 약속을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1단계 합의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중국에 미칠 영향을 포함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제조업 피해가 컸다. 미국 자동차 분야 대중국 수출은 지난 2년간 목표액의 39%만 도달했다. 항공기와 관련 엔진 및 부품 판매는 목표 달성률이 18%에 그쳤다.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지난해 무역 적자액은 8591억 달러(1029조6000억 원)로 전년보다 26.9%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역 적자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종전 최대 기록(2006년 7635억3000만 달러)보다 955억 달러나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천문학적인 재정 부양으로 미국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 것이 무역적자 심화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들여온 상품이 많았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553억 달러(약 425조8000억 원)로 전년보다 450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제조업연맹 스콧 폴 회장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 지적재산권 절도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규모 무역 격차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