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논란에 허지웅 “中 누리꾼, ‘정신승리’ 아Q 같다”

입력 2022-02-09 07:46 수정 2022-02-09 10:51
허지웅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인 허지웅씨가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쓴 근대소설 ‘아Q정전’(아큐정전)에 빗대 중국 누리꾼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편파 판정 논란’이 일자 중국 누리꾼들이 SNS에서 한국 조롱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다. ‘아Q’는 루쉰이 당시 중국인의 부정적 모습을 집약해 사회상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인물이다.

허씨는 8일 인스타그램에서 “아Q정전의 주인공 아Q는 흔히 정신승리의 대명사로 인용된다”며 “루쉰이 당대 중국인들의 비루한 습성을 비판하고 풍자하기 위해 창조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아Q정전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아Q가 절대 참지 못하는 게 하나 있는데 흥분하면 빨갛게 도드라지는 머리의 부스럼이 그것이었다”며 “아Q는 이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부스럼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벌컥 화를 냈다”고 언급했다.

허지웅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면서 아Q에 대해 “부스럼과 비슷한 발음만 사용해도 화를 내고 대머리라든가 밝다든가 빛이 난다든가, 이런 말을 들으면 마찬가지로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이어 허씨는 “얼마 전 우리 예능에서 마오쩌둥을 연상하게 하는 마오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몰려와 해당 연예인의 sns를 초토화했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이는 2020년 8월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고 했다가 중국식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에서 중국 누리꾼들에게 수만개의 공격 댓글을 받은 일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중국 누리꾼들은 “세종대왕을 예명으로 쓰면 좋겠느냐” “너희들이 왜 미국의 식민지인지 알겠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 댓글을 달았다.

허씨는 “그때 정확히 아Q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제 다시, 아Q를 떠올렸다”며 편파 판정 시비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예민한 반응을 꼬집었다.

그는 “편파 판정을 향한 상식적인 항의에 대해 조롱하고 흡사 세 살 아이와 같다며 비아냥거리는 중국 네티즌들의 태도는 정말이지 아Q와 놀랍게도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설 속 아Q의 정신승리법에 관한 구절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현실에 가져온 것 같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Q가 소설의 마지막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 운좋게 한 자리라도 차지하고 살게 되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중국과 똑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누리꾼들은 허씨의 글에 “루쉰은 지금의 중국을 너무 싫어했을 것” “욕 하나 안 쓰고 잘 때린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을 표했다. 일부 누리꾼은 “허지웅씨도 공격당할까 걱정된다”며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