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게임’(GenocideGames·대량학살게임)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등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며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SNS 해시태그 운동이다. 트위터에서 해당 해시태그를 넣어 검색하면 중국을 비난하는 인권 옹호자들과 서방 정치인들의 글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런 해시태그를 사용한 8만8000여 개 트윗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계정이 올린 트윗 내용은 미식축구리그(NFL)나 로맨스 관련 콘텐츠였다. 중국의 인권 문제와 상관없는 트윗을 대량 작성해 이용자들이 실제 콘텐츠에 접근하기 어렵게 하려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전문가들 지적했다.
미 클렘슨대 대런 린빌 교수와 패트릭 워렌 교수는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지난 1월 20일까지 ‘#제노사이드게임’ 해시태그를 사용한 13만2000여 개 트윗 중 67%가 트위터 측에 의해 삭제됐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트위터 대변인은 “해당 트윗이 ‘스팸 및 플랫폼 조작에 대한 규칙’을 위반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며 “이들은 지난해 12월 식별한 중국 지원 계정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자동생성 스팸 계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트윗이었다는 의미다.
WSJ은 “해당 용어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이 내용과 관련 없는 콘텐츠를 보도록 해 해시태그 효과를 희석하는 해시태그 플러딩(flooding)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신장 위구르 문제와 상관없는 콘텐츠를 올린 뒤 #제노사이드게임 해시태그를 붙여 올려 이용자들을 교란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WSJ가 #제노사이드게임 해시태그를 사용한 가짜 계정을 추적했더니 로맨스물이나 NFL 등 신장이나 중국과 전혀 관련 없는 주제를 다룬 콘텐츠가 나왔다. WSJ은 “자체 분석한 결과 가짜 계정 사용자는 에린 로켓, 아이삭 처칠 등의 이름을 사용, 중국인 계정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린빌 교수 등에 따르면 #제노사이드게임 해시태그를 트윗한 계정의 70%는 팔로워가 제로(0명)였다. 또 이들이 추적한 계정 10개 중 1개는 계정 생성 뒤 올린 첫 트윗이 #제노사이드게임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이들 계정이 모두 가짜라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민단체 위구르 인권 프로젝트 피터 어윈 선임 책임자는 “중국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사용한 핵심 전략 중 하나”라며 “서구를 설득하는 대신 (온라인의) 물을 흐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빌 교수 등은 “인권 운동가들의 콘텐츠를 찾기 어렵게 만들려는 목적 말고도 트위터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폭파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콘텐츠에 대한 신고가 많이 들어가면 트위터 측이 #제노사이드게임 해시태그 전체를 스팸으로 처리해 진짜 콘텐츠까지 삭제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WSJ은 “중국 정부는 당국이나 국가주의 관점을 강화하기 위해 친정부 성향 인터넷 사용자 군대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맨디언트는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와 연계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이 미국의 코로나19 기원설을 선동하는 등 가짜 뉴스를 퍼트리기 위해 동원됐다. ‘친중국 온라인 영향력 강화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를 조사하는 스탠퍼드 인터넷관측소 르네 디레스타 연구원은 “(가짜 계정은) 중국 정부가 확대하려는 특정 관점을 공유하고 리트윗한다. 홍콩 시위, 2020년 대만 선거, 코로나19, 신장 등 주제에서 사용됐고, 지금은 올림픽”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