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달’ 김민석 “불의의 사건 있었지만…선수단 힘 됐으면”

입력 2022-02-09 05:33 수정 2022-02-09 10:38
김민석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불의의 사건이 있었는데, 저라도 오늘 메달을 따서 한국 선수단에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빙속 괴물’ 김민석(성남시청)이 8일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인터뷰 장면은 이날 밤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김민석은 이날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2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남자 1500m 동메달을 획득함과 동시에 해당 종목에서 메달을 딴 유일한 아시아 선수라는 기록을 남겼다. 한국에는 값진 첫 메달이기도 했다.

김민석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은 역주하는 김민석 선수. 베이징=권현구 기자

김민석은 인터뷰에서 “첫날부터 계속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많이 응원했다. 내가 첫 메달을 딸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첫 메달 획득과 관련해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석연찮은 판정 논란으로 실격 처리된 것을 두고는 “불의의 사건”이라고 에둘러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경기에 대해서는 “레이스에 후회가 없다. 나는 할 만큼 다했다. 다른 네덜란드 선수들이 나보다 잘 탔기 때문에 내 경기와 결과에 승복하고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민석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시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메달은 1분43초21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키얼트 나위스가, 은메달은 1분43초55초를 기록한 네덜란드의 크롤 토마스가 차지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또 “4년 전과 비교해 선수들의 기량이 다같이 올라갔다. 이번 대회도 동메달을 따게 됐지만 난 이제 24세에 불과하다”“선수생활을 앞으로 10년 이상 할 것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민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도 이어졌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 준비가 힘들었다. 훈련 시간도 코로나19 때문에 축소되었고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응원해준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설상 종목 등 끝까지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남자 1500m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는 질문에는 “타이틀에 관해 깊이 생각 안 했다”며 “다 똑같은 선수다. 더 노력하는 선수가 더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의 벽을 못 넘은 건 아쉽지만 이런 아쉬움이 앞으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이날 김민석은 반려견 ‘모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모모는 김민석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14년간 길렀던 반려견이다. 김민석은 지난해 10월 모모와 헤어졌다. 인터뷰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김민석은 반려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모가 응원해줘서 동메달을 딴 것 같다” “하늘에서 ‘왈왈’ 짖으면서 응원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김민석의 인터뷰 영상을 SNS 등에 공유하면서 “정말 고생 많았고 감사하다” “인상 깊은 인터뷰”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등 감격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