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중국 텃세 판정’의 피해자 황대헌(23·강원도청)이 “이런 판정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황대헌은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치러진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이곳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페널티를 받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황대헌은 “(다른 선수들과) 몸이 전혀 닿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 중국 선수가 무릎 터치를 해서 그걸 (두고 비디오 판독을) 보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이어 “화가 많이 난다”면서도 “남은 경기가 많으니 잘 먹고 잘 자려고 한다. 응원해 주시는 국민이 많고, 뒤가 든든하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한국 선수가 한 명도 못 오른 결승전에서는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황대헌은 “그 친구도 아쉬울 것 같다”고 위로를 전했다.
경기 이후 ‘장애물을 만났다고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벽을 오를지 생각하라’는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SNS에 올린 것에 대해서는 “결과가 아쉽지만 이 벽을 계속 두드려 돌파할 생각이다. 그래서 올렸다”고 언급했다.
황대헌은 간간이 씁쓸한 유머도 곁들였다. 극심한 편파 판정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밀이다. 여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중국 대표팀에 김선태 감독, 한국 출신의 러시아인 빅토르 안(안현수) 코치가 몸담은 점을 상기시키는 뼈 있는 농담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전날 편파 판정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황대헌은 “든든하고,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이런 판정이 안 나왔으면 한다. 그러려면 내가 더 깔끔한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