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황대헌 “대비책 비밀…한국말 하는 사람 많아서”

입력 2022-02-09 04:05 수정 2022-02-09 10:11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한국 대표팀 황대헌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중국 텃세 판정’의 피해자 황대헌(23·강원도청)이 “이런 판정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황대헌은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치러진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이곳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페널티를 받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황대헌은 “(다른 선수들과) 몸이 전혀 닿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 중국 선수가 무릎 터치를 해서 그걸 (두고 비디오 판독을) 보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이어 “화가 많이 난다”면서도 “남은 경기가 많으니 잘 먹고 잘 자려고 한다. 응원해 주시는 국민이 많고, 뒤가 든든하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한국 선수가 한 명도 못 오른 결승전에서는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가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황대헌은 “그 친구도 아쉬울 것 같다”고 위로를 전했다.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한국 대표팀 최민정(왼쪽부터), 김아랑, 곽윤기, 황대헌, 곽윤기가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이후 ‘장애물을 만났다고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벽을 오를지 생각하라’는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SNS에 올린 것에 대해서는 “결과가 아쉽지만 이 벽을 계속 두드려 돌파할 생각이다. 그래서 올렸다”고 언급했다.

황대헌은 간간이 씁쓸한 유머도 곁들였다. 극심한 편파 판정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밀이다. 여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중국 대표팀에 김선태 감독, 한국 출신의 러시아인 빅토르 안(안현수) 코치가 몸담은 점을 상기시키는 뼈 있는 농담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전날 편파 판정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황대헌은 “든든하고,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이런 판정이 안 나왔으면 한다. 그러려면 내가 더 깔끔한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