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중립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대학은 미래가 없는 대학이며 희망이 없는 대학이다.

입력 2022-02-08 21:46 수정 2022-02-08 22:22

2022년은 2050 국가 탄소중립 로드맵이 시작되는 원년이다.

탄소중립 관련 대학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2006년 미국 주요 152개 대학들이 탄소중립(climate neutrality) 목표를 달성하고자 기후책임총장협의체(ACUPCC)를 구성했다.

또한 교육, 연구와 함께 지역협력 활동에 기후와 지속가능성을 통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2050 글로벌 탄소중립 체제 출범에 앞서, 대학이 그린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ACUPCC 회원 대학은 2015년부터 The Climate Commitment, The Carbon Commitment, The Resilience Commitment 분야의 기후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택하여 가입하고, Second Nature 리포팅 시스템에 이행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회원 대학은 5년마다 기후행동 실행 계획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수정 재제출해야 한다.

현재 가입 대학 중 10개 대학이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이 모델은 향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도 영향을 주었다.

파리협정에 가입한 국가는 자국의 여건에 따라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5년마다 진전(進展)된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재제출해야 한다.

일본은 2021년 7월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환경성이 후원하고, 전국의 188개 국공사립대학 및 관련 기관이 참여하여 “일본 대학탄소중립연합”을 설립했다.

이 연합은 대학이 지역 및 지식의 거점으로 일본 및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에 공헌하고자 대학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학 탄소중립, 지역 탄소중립, 혁신, 인재육성, 국제교류 및 협력의 5개 산하 조직을 구성하였다.

서울대학교 온실가스 및 에너지 인포그래픽스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QS 대학평가 순위 50위내 38개 대학은 지속가능한 캠퍼스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삽화=국민일보 그림창고.

동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으며, 대학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대학은 명시적으로 탄소중립을 선포한 곳은 있으나, 탄소중립 기본계획 및 중장기 전략 등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한 곳은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대학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을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인류 모두의 과제이자 국가적 목표인 ‘2050 탄소중립 달성’의 성공 여부에 있어, 대학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아래와 같이 “대학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첫째, 대학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microcosm of society)이다. 이에 대학은 인류의 공동 과제인 저탄소 사회 조성을 선도하고, 최적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방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다.

둘째, 대학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집합체이자 시험장(test bed)인 대학 캠퍼스에서 온실가스 감축 전략 수립 및 이행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탄소중립 실현의 선도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학 캠퍼스는 “대학이 갖는 무형의 자산을 담는 그릇”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글로벌 사회공헌 기관으로 대학은 정부, 지자체, 경제계 및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향후 탄소중립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제시하고, 인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과 구현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지역은 국가 탄소중립 이행의 중심이기 때문에, 대학은 지역사회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및 중장기 전략 등 세부 시행계획 수립, 이행 및 확산 체계 구축에 지식 공동체의 거점으로 주도적인 역할과 지원을 해야 한다.

넷째, 대학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에 다양한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대학 자체가 학생들이 맘껏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해 볼 수 있는 큰 실험실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학은 정의로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관련하여, 지역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지식 및 함께 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연결과 확장을 위한 플랫폼이자 더 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허브 기관으로 중요성이 향후 더욱더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탄생하고 지속되어온 위대한 기관 중 하나가 대학이다. 대학은 대표적인 비영리기관이자, 우리나라 법규상으로도 공적 기관이자 사회공헌 기관이다. 또한 대학은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ㆍ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일본은 대학을 사회의 공공재(公共財)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2년 초등학교 의무교육, 2002년 중학교 의무교육, 2021년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현했다. 이제 선진국에 진입한 경제규모에 걸맞게 젊은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the Space to Dream)인 대학을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구분히지 말고 우리 사회가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영국의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는 약 100년 전 ‘운명의 바람(The winds of fate)’이라는 시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도 어떤 배는 동쪽으로 가고, 다른 배는 서쪽으로 간다. 이는 바람이 아니라 돛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빛(Lux in tenebris)이다. 이제 대학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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