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단일화의 시간’에 쫓기고 있다. 8일로, 대선 후보 등록 기간(13~14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일화 시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단일화 당사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다른 말’을 내놓고 있다.
윤 후보는 7일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안 후보는 8일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역대 대선에서 이뤄진 세 번의 단일화가 후보 등록일 이전에 이뤄진 만큼 단일화 성사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가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직전 시점과 사전투표 시작일(3월 4일) 이전 시점이 단일화 시한으로 거론되고 있다.
단일화 방식도 주목 대상이다. 단일화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시점과 방식을 두고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펼쳐질 전망이다.
1997년 공동정부 형태인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성공적인 단일화 사례로 평가받는다. 단일화는 대선을 46일 앞둔 11월 3일 전격 성사됐다.
김대중 후보(40.3%)는 역대 최소 표차인 39만표 차로 이회창 후보(38.7%)를 겨우 따돌리며 당선됐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경우도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53일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후보(18.1%)는 정몽준(23.6%) 후보에 뒤처쳐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후보 등록 전날이자 대선 24일 전이었던 11월 25일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단일화의 힘을 바탕으로 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도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역시 후보 등록일 전날이자, 대선 26일 전인 11월 24일 안철수 후보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문재인 당시 후보는 대선에서 투표율 48.0%를 기록하며, 51.6%를 얻은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라진 정치적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대선은 2030세대 중도층 표심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들 세대는 SNS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기 때문에 임박해서 단일화를 할 경우 더욱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점보다는 방식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여론조사를 통한 승자독식의 방식보단 공동정부 등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식이어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단일화가 일찍 이뤄지면 향후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박빙일 경우에는 막판에 단일화가 이뤄질 때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투표용지 인쇄일 전까지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 이뤄진다면 사표가 많이 나와 초박빙 대선에서 단일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