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의 설상(雪上)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 ‘배추보이’ 이상호가 8강에서 충격 탈락했다.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는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준준결승에서 빅 와일드(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0.01초 차로 아깝게 패했다.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은 경사진 코스의 기문(깃발)을 통과해 빨리 내려오는 순서대로 순위를 겨루는 종목이다. 1·2차 예선 성적에 따라 16명이 본선에 올라가 2명씩 토너먼트 단판승부를 펼친다.
2018 평창올림픽 은메달로 한국 설상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 숙원을 푼 이상호는 2021-2022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부문 종합 1위를 기록하며 이번 대회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이날 예선에서도 1·2차 합산 1분20초54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로 본선(16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 단판승부로 진행되는 본선에서는 16강에서 다니엘레 바고차(이탈리아)를 0.92초 차이로 여유롭게 제치며 8강에 진출했다.
이어진 8강전에서는 빅토르 와일드를 만나 경기 초반 0.07초 뒤지다가 중반으로 가며 0.03초 차이로 역전하며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레이스 후반에 기문(깃발) 2개 정도를 남기고 장애물에 걸린 듯 속도가 줄었고 결승선에는 0.01초 차이로 뒤지며 석패했다. 이로써 이번 올림픽을 5위로 마쳤다.
이상호는 경기 후 “메달을 꼭 따서 (국민들)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는데…”라며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메달을 못 가져왔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개인적 목표는 이뤄서 후련하다”며 “준비하느라 고생한 저 자신에게 잘 버텼다고 위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무리했지만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노보드 종목에서 이상호의 5위 성적은 값진 성과다. 실제 이번 대회 16강에 진출한 선수 중 아시아 선수는 이상호가 유일하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에 만든 슬로프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한 사연이 알려져 ‘배추보이’ 별명으로 불린 이상호는 한국의 설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4년 뒤로 기약하게 됐다.
이상호는 9일 곧바로 귀국한다. 약 3주간 국내에서 훈련을 한 뒤 오스트리아로 이동해 남은 월드컵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알파인 종합 1위를 달리는 그는 “시즌 남은 일정을 열심히 해서 종합 1위로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