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 대학이 중국계 유학생들에게 춘제(春節·춘절)를 맞아 훙바오(용돈 봉투)를 주면서 그 안에 ‘지전’을 넣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전’은 중국 전통 장례 문화에서 죽은 사람이 저승 가는 길에 노잣돈으로 쓸 수 있도록 태우는 가짜 종이돈이기 때문이다.
토론토 대학은 지난 5일 학교에 등록된 중국계 유학생 1만5000명에게 훙바오를 지급하는 춘제 기념 행사를 가졌다. 중국에는 세뱃돈이나 결혼식 축의금 등을 줄 때 ‘복(福)’ ‘길(吉)’ ‘재(財)’ 등의 글자가 적힌 붉은색 종이 봉투 ‘홍바오’에 돈을 넣어 전하는 관습이 있다. 이를 착안해 타지에서 명절을 맞이한 유학생들을 응원하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 기획된 행사였다.
문제는 학생들이 받은 훙바오 안에 진짜 돈 대신 ‘지전’으로 불리는 가짜 종이돈 두 장이 들었다는 점이었다. 지전에는 중국 화폐가 발행되는 ‘인민은행’ 대신 ‘천지은행’이라는 글자가 적혀있고 마오쩌둥 대신 옥황상제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져 있다. ‘1만 위안’이라는 글자와 함께 ‘저승돈’을 뜻하는 ‘헬 뱅크 노트’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지전을 받은 중국계 유학생들은 이에 분노하며 중국의 틱톡과 웨이보 등 SNS에 사진을 올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 5일 보도에서 이 사건을 전하며 저승 노잣돈 격인 ‘지전’을 나눠주는 행위는 중국 문화에서 심각한 모욕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토론도 대학 측은 공식 사과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토론토 대학 측은 사과 성명을 통해 의도적으로 저승길의 노잣돈인 ‘지전’을 넣은 게 아니라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대학은 문제를 파악한 후 해당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전송해 이번에 지급한 훙바오를 모두 수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학은 “중국인 학생들이 다수 거주 중인 기숙사에서 춘제 기념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고, 악의적인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거듭 사과를 전하며 “향후 다원적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 학생은 글로벌타임스에 “가짜 종이돈에 영문으로 번역된 ‘저승돈’이라는 글자가 명백하게 적혀 있었다는 점에서 아시아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변명할 수만은 없다”며 “한 해 동안 불길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인가”라고 분노했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