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열쇠말 가운데 하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다. 건강관리를 하되 즐기면서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는 거센 흐름을 타고 있다.
9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헬시 플레저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단순히 건강관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즐거움’과 ‘재미’를 보장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브랜드 ‘바이탈뷰티’의 대표 제품을 묶어 정기구독하는 서비스의 이름을 최근 ‘월간문앞’으로 바꿨다. 웃음기와 재치를 가미한 명칭,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MZ세대의 건기식 수요는 크게 늘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건강을 위해 하는 일 가운데 ‘건기식 섭취’가 31.7%로 1위다. KGC인삼공사 대표 브랜드 정관장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20%에 육박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의 건기식 부문 매출은 지난해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4%나 증가했다. 2년 연속 20% 수준의 신장률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올라타 롯데칠성음료도 올해 하반기에 MZ세대 맞춤형 건기식 브랜드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다 운동에 대한 관심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단시간 안에 살을 빼기 위한 운동 대신 건강을 위한 꾸준한 운동이 증가세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거나 각종 홈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으로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조어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는 헬시 플레저 유행의 단면을 보여준다.
‘저탄수(저탄수화물)’ 식품이나 ‘비건(채식주의자)’ 식품도 헬시 플레저의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이커머스기업 아이허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저탄수 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제로 칼로리’ 음료 시장의 확장, 대체육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화장품 업계는 MZ세대의 ‘안티에이징(노화방지) 케어’에 주목한다. 본래 안티에이징 제품은 40대 이상 소비자를 위한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MZ세대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관리’는 재미있고,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며, 과정부터 결과까지 즐거운 일로 여겨진다. 치료가 아닌 예방에 중점을 두면서 안티에이징 케어의 시작시기가 훨씬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