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붕괴현장서 ‘아이파크’ 지우려…지침 어기며 작업

입력 2022-02-08 15:54
IPARK 글자 지우는 작업자. 연합뉴스

HDC 현대산업개발 측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안전 지침을 어기고 ‘아이파크(IPARK)’ 아파트 상표를 지운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 1일 붕괴 사고 현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안전 펜스에 큼지막하게 적힌 아이파크(IPARK) 상표를 지웠다.

이날은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지역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가 언론 브리핑 장소를 상표가 잘 보이는 위치로 옮긴 날이었다.

당시 작업은 약 3m 높이에 자리한 아이파크 상표를 꽃무늬 스티커로 덧씌우는 방식으로, 작업자가 신축형 사다리에 올라 작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 방식은 고용노동부의 ‘이동식사다리 안전작업 지침’을 위반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동식사다리 안전작업 지침. 고용노동부 캡처

노동부 지침에는 A형 사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보통 사다리, 신축형 사다리는 오르내리는 이동 통로로만 사용해야 할 뿐,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형광등 교체 등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A형 사다리를 사용하도록 정해놨다.

이 지침은 3년 전 도입 당시엔 “사다리를 대신할 비계 설치 등이 번거롭고 협소한 공간에서는 대체 수단이 없다”며 일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한 현재는 건설 현장에서 보편적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만일 지침을 어겼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지침 위반 사실이 고발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현산 측의 작업 사실을 확인한 광주고용노동청은 8일 “안전 지침을 위반한 것이 맞다”면서도 “사고가 발생하거나 고발이 접수된 사안은 아닌 만큼 현장에 개선 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