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동상면은 임야가 92%를 차지하고 산세가 험해 8대 오지 중 한 곳으로 불렸다. 주민들은 500~800m의 고지대에서 씨가 거의 없는 고종시 ‘동상곶감’을 기반으로 삶을 일궈 왔다. 그러나 척박한 산골 생활속에서도 주민들은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문화관광 기반을 조성하고 고소득 작목을 식재하는 등 발전적 전기를 마련해 가고 있다.
8일 완주군에 따르면 동상면 주민들은 지난 해 두릅 1만 1000여주를 심고 두릅특화단지를 조성했다. 이 단지는 주민들이 군에 제안해 이뤄졌다. 이들은 기후변화 등으로 곶감산업이 위기를 맞자 산악지형에 맞고 내한성이 강한 두릅에 주목했다. 이후 제2의 소득원 마련을 위해 다양한 공동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해 10월엔 묵계마을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참 예쁜 가을 스케치’라고 이름 붙여진 이 음악회는 동상면 문화현장 주민기획단이 주최했다. 주민들이 이끌고 행정이 뒤에서 미는 새로운 교본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 해 4월 전국 최초의 구술 시집을 펴내 지역을 전국에 알렸다. 시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가 그 주인공이다. 270쪽의 시집엔 5세 어린이부터 100세 할머니까지 100여명의 작품 150여편이 실렸다.
더불어 주민들은 밤샘발원샘에서 시작하는 만경강 물줄기를 옛길로 되찾아 치유와 힐링의 명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 또 두 달여 전에는 화재로 집이 불에 탄 이웃을 위해 주민들이 짧은 기간에 7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590여가구(1090여명)가 사는 지역에서 이웃의 불행한 소식이 알려지자 100여 주민과 기관·단체들이 모금에 동참했다.
학동교회 장영선 장로(86)는 “옛 선조부터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살다 보니 서로의 안위를 염려하고 협력하는 깊은 유대 관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동상면 행정복지센터도 최근 세종시와 국립세종수목원을 방문해 동상곶감 세일에 나서는 등 주민들과 함께 했다. 서진순 동상면장은 “주변 환경은 어렵지만 따뜻한 인심과 화합 정서로 모든 것을 극복해 가고 있다”며 “공동체 의식을 더욱 북돋워 인정과 꿈이 넘치는 동상면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