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중복 상장’을 소액주주들에게 피해 주는 행위로 규정하며 제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LG화학과 카카오페이를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 ‘나쁜 선례’로 꼽았다. 반대로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자회사 구글을 비상장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알파벳을 ‘좋은 선례’로 제시했다.
안 후보는 8일 페이스북에 “소액주주들은 피해 보고, 대주주만 이익 보는 분할 상장, 즉 물적분할된 회사의 상장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8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언급하며 “주식시장 유동성이 이 기업으로 몰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금리 인상 우려로 하향세를 보였던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 할 것 없이 큰 관심을 받았던 기업은 바로 LG화학에서 분할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라며 “LG화학의 알짜배기 사업이 분리돼 따로 상장되다 보니, 주가가 100만 원을 넘나들던 모회사 LG화학의 주가는 40% 가까이 빠지면서, LG화학에 투자했던 수많은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대주주, 오너들은 물적분할 후(100% 자회사를 만든 후) 상장을 해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여전히 자회사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실리를 챙겼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영진 ‘먹튀’ 논란이 불거졌던 카카오페이도 거론했다. 안 후보는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처럼 기존 모회사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회사를 물적분할을 하면서 상장해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며 “손해는 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주식시장을 지탱해준 동학 개미들이 떠안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물적분할 상장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①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②물적분할 후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는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신주인수권의 경우 자금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소외될 수 있다”고 허점을 짚으며 “따라서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가장 정직하고 공정한 방법은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세계 각국이 펼쳐오던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긴축정책과 금리 인상으로 바뀌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일들을 지금부터라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상장회사가 새로운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후 상장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말대로 국내 시장에서 지주사 할인은 하나의 공식으로도 통한다. 핵심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더블카운팅’(중복 계산) 우려로도 볼 수 있다. 자회사와 모회사의 이익 가치가 ‘더블 카운팅’ 돼 보유한 지분의 순자산가치(NAV)가 50~60% 수준까지 할인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안 후보가 언급한 LG화학의 경우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간접적으로 소유했던 기존 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직접 사들일 수 있게 되자 모회사 가치가 훼손됐다는 평가 속에 주가가 하락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