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출신 스노보더 클로이 김(22)이 드디어 베이징 무대에 선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만 17살의 나이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사상 최연소 금메달을 딴 천재 소녀는 베이징에서 2연패를 노린다.
클로이 김은 9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 무대에 출전한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둥근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원통형 슬로프를 오가며 점프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심판들은 선수들의 점프 높이, 기술 난이도 등을 채점해 순위를 매긴다.
클로이 김은 명실상부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강자다. 4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그는 6살 때 전미 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며 ‘천재’의 면모를 드러냈다. 11세 때는 성인 무대에서 종합 3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는 2014 소치 대회 당시 만 13세였던 탓에 ‘15세 미만 참가 불가’ 규정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미 실력은 세계 정상권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외신은 “나이 제한 규정 없었다면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였을 것”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동계 엑스(X)게임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엔 US 스노보드 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백투백 1080도(연속 공중 3회전)를 2차례 연속 성공시키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100점 만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서 치른 첫 올림픽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결승 12명 선수 중에 유일한 90대 점수인 98.25점을 받아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18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정상에 올라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 치웠다.
천재는 평창 대회 이후 시련을 겪었다. 발목 부상도 있었지만, 심적 부담감이 컸다. 많은 관심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언론에 평창 메달을 쓰레기통 버렸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인종차별도 있었다. 그는 최근 “백인이 가져가야 할 메달을 가져갔다는 협박 문자와 메일을 받고 너무 지쳤다”며 “스노보드를 그만둘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2년간 대학 생활을 즐기며 스노보드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출전한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근 출전한 월드컵에서도 압도적 기량을 선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클로이 김은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 0순위다. 새로운 기술까지 준비했다는 클로이 김은 베이징 무대에서 2연패를 꿈꾼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오래 기다려온 올림픽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국가대표로 두 번째 올림픽에 나오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