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는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잇따라 편파 판정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도 “심판 판정은 정확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중국 포털에는 전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를 두고 “한국 군단의 전멸”이라거나 “그것이 쇼트트랙의 룰”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도배됐다.
베이징일보는 한국 선수들의 준결승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올리고 “심판 판정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한국 대표팀의 황대헌은 전날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중국 선수 두 명을 추월하면서 단숨에 1등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 접촉이 없었음에도 레인 변경을 급하게 했다는 이유로 패널티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준결승 2조에서 경기를 한 이준서도 레인 변경 반칙이라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널티를 받았다.
한국 선수 2명이 실격되면서 원래 탈락이었던 중국의 리원룽과 우다징이 결승에 올랐다. 중국의 노골적인 홈 어드밴티지는 결승전에서도 계속돼 1위로 통과한 헝가리의 류 사오린이 패널티를 받아 탈락하고 2위로 들어온 런쯔웨이가 금메달, 3위로 통과한 리원룽이 은메달을 땄다. 이후 한국과 헝가리에선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최악의 동계올림픽’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황대헌이 실격 판정을 받아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한국 팀의 전멸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올림픽은 매 경기가 끝나면 심판이 경기 영상을 확인해 반칙이 나올 경우 누구든 탈락시킬 정도로 룰이 엄격하다”며 “중국 선수의 우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헝가리 선수가 먼저 런쯔웨이의 진로를 손으로 막았고 나중에는 발을 뻗어 방해했다”며 “영상을 천천히 돌려보면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과 헝가리 국민들을 향해 경기 영상을 다시 보라는 뜻으로 “너희들은 눈을 고치러 가라”고 조롱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중국 포털 웨이보에는 한국 선수들이 인터뷰를 거부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는 내용의 글과 영상이 검색어 5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인터뷰 거부’ 해시태그는 조회수가 3억회를 넘겼다.
편파 판정 논쟁은 다른 곳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의 RM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황대헌 선수의 추월 장면을 올리고 ‘박수’와 ‘엄지’ 이모티콘을 달자 중국 네티즌들이 달려들어 ‘구토’ 이모티콘을 다는 등 댓글 공격을 한 것이다. 웨이보에는 ‘BTS 중국 비난’ 해시태그가 조회수 1억회를 돌파하며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