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일러 등유’ 울릉도보다 비싸다

입력 2022-02-08 14:29 수정 2022-02-08 17:02

올겨울 주택 난방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도시가스 공급률이 낮은 제주도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일 현재 제주지역 보일러 등유의 주유소 판매 가격은 ℓ당 1270원 내외로 전년 같은 기간 880원에 비해 44%나 수직 상승했다.

도내 등유 판매가는 지난해 1~2월 800원대에서 8월 이후 1000원대로 접어들며 오름세를 보이다 연말 소폭 하락한 뒤 올 들어 설 명절을 전후해 다시 1200원대에 진입했다.

2월 현재 제주지역 등유가격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울릉도(1245원)보다도 비싸다.

제주는 도시가스 공급률이 전체 가구의 11%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단독주택 비율도 높아 개별난방을 하는 가정이 많다. 이 때문에 등유나 LPG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서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LPG 가격 역시 8일 현재 ℓ당 1085원으로 전국 평균 1050원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제주도 민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방비 관련 민원 글들. 홈페이지 캡쳐.

제주도 민원 게시판에는 올겨울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이주민은 “육지에 살 때보다 난방비가 4배나 많이 든다”며 “보일러 등유 가격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7만원이던 등유 한 드럼(200ℓ) 가격은 일 년 만에 2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LP가스를 쓰는 가정에선 한 달에 20~30만원을 지출한다. 도내 일반가정에 공급되는 LPG 단가는 지역과 세대 규모에 따라 루베(㎥)당 3000~5000원 선으로, 도시가스(LNG) 단가 866원의 3~6배에 달한다. 그러나 제주에서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곳은 연동, 노형 등 14개 동의 일부 지역 뿐이다.

행정에서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공급은 민간가스업체가 지역별 가스 수요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민간재원사업이고, LPG 가격은 2001년부터 가격 자율화가 시행돼 가스판매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조천읍에 사는 손모(46)씨는 “등유 가격이 오르면서 한 달 난방비가 지난해 25만원에서 38만원으로 크게 올랐다”며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