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쇼트트랙 ‘편파 판정’ 분노…실제 선수 구제 가능성은

입력 2022-02-08 14:27 수정 2022-02-08 16:31
8일 중국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대한 선수단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홍근 선수단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일어난 판정 관련해 대한민국 선수단이 국제 스포츠계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 빙상체육계 최상위 국제단체인 국제빙상연맹(ISU)은 판정번복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토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윤홍근 선수단장과 최용구 쇼트트랙 지원단장 등 한국 선수단은 8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단장은 “경기 종료 뒤 현장에서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ISU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제소하겠다”면서 “IOC 위원인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유승민 위원을 통해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의 즉석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선수들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ISU는 한국 선수단 이의제기에 판정번복 불가 입장을 내놨다. ISU는 이날 황대헌의 준결승 경기 실격에 대해 “영상으로 드러났듯 선수는 접촉을 유발하는 불법적인 뒤늦은 진로 변경으로 실격됐다”고 했다. 함께 이의제기한 이준서의 실격 판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대한체육회가 계획한 CAS 제소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판정 결과를 뒤집은 예가 드물다.

ISU 국제심판이기도 한 최 지원단장은 “ISU의 답변은 충분히 예견됐다.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게 경기규정 297조다”면서 “남은 종목이 많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또 이런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했기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ISU가 추후 오심 자체라도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 “심판 권위가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기에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말 잘못했다 본다면 유감 표명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뿐 아니라 같은 종목 결승에서 중국 선수와의 몸싸움 과정 중 헝가리의 샤오린 샨도르 리우가 실격당했다. 경기 중 두 차례 패널티 판정으로 옐로카드를 받아서다. 헝가리 선수단 역시 항의했지만 ISU는 “첫 번째로 일직선 차선 변경으로 접촉이 발생했다. 두 번째로 결승선을 앞두고 팔로 블록(Block)한 행위가 있었다”며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샨도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금메달을 딴) 런쯔웨이에게 축하를 전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똑똑하게 훈련할 것”이라고 적었다. 경기 결과를 비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언급이다. 은퇴한 캐나다의 쇼트트랙 스타 샤를 아믈랭은 “챔피언의 명언!”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샨도르의 팬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이용자 등이 7000개 넘는 댓글을 달며 서로 비방했다.

현장에서도 판정 논란 소식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독일 빌트지의 세바스티안 카이슬러 기자는 “직접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라프레소 통신의 알베르토 자넬로 기자는 “(여자 500m) 아리아나 폰타나를 보러 그날 현장에 있었다. 믹스트존에 가 있어 상황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내용을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한편 한국 선수단 회견 도중에는 로이터통신 기자가 통역이 없는 데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경기가 회견 신청 마감시간인 오후 5시가 넘은 뒤 있었기에 올림픽조직위가 결국 오전 내 전문통역을 구해주지 못했다”면서 “대한체육회 내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력이 있지만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전문통역인이 아닌 비전문가가 함부로 통역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추후 회견 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해 배포할 계획이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