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네티즌 표적 된 피겨 주이… 웨이보 계정 93개 정지

입력 2022-02-08 14:21
중국 국가대표 주이가 지난 7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SNS 플랫폼 웨이보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자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주이(19)에게 ‘사이버 불링’을 가한 네티즌 계정 93개를 정지했다. 여러 판정 시비에도 자국 선수들을 옹호하는 중국 네티즌이 유독 주이에게만은 가혹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8일 “웨이보가 주이에게 사이버 공격을 가한 계정 93개를 정지하고 관련 게시물 300여개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웨이보는 공지문에 “일부 이용자가 경기력이나 승부의 결과를 이유로 선수와 가족을 인신공격해 플랫폼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웨이보는 주이를 향한 사이버 불링의 진원지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최하위로 밀린 주이를 SNS상에서 공격하고 있다. ‘주이가 넘어졌다(#ZhuYiFellOver)’ ‘엉망진창 주이(#ZhuYiMessedUp)’라는 해시태그가 잇따랐다.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의 조회수는 2억건을 넘겼다.

웨이보는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표출하는 중국 네티즌 집단, 이른바 ‘샤오펀훙(小粉紅·소분홍)’의 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1990~2000년대 출생자가 샤오펀훙의 주축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경험했고,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다.

반미(反美) 성향이 강하지만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주변국에 대한 반감도 크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쇼트트랙을 포함한 동계올림픽 일부 종목에서 자국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편파 판정을 옹호하며 경쟁 국가 선수들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주이만은 웨이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주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태생이다. 중국어에 원활하지 않은 탓에 중국에서 더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주이의 중국어 실력을 문제로 삼았다. “주이가 애국심을 논하기 전에 먼저 모국어를 배우라”는 비판이 웨이보로 쏟아졌다.

중국은 안방 대회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12명의 외국 태생 운동선수들의 귀화를 허용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주이도 12명의 귀화선수 중 하나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중국으로 귀화하며 이름도 베벌리 주에서 주이로 바꿨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