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체계가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불리하게 바뀌었다며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한 근로자에게 대법원이 사실상 패소 판결을 내렸다.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따로 맺지 않았다면 바뀐 규칙이 적용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립대 교수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호봉제 급여체계가 적용되던 1994년 해당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됐다. A씨는 취업규칙이 정한 대로 호봉제에 따라 임금을 받기로 했고, 별도로 임금 등 근로 조건에 관한 약정을 맺지는 않았다. 이후 B대학은 1999년 3월 급여지급 규정을 직전 연도 성과를 반영한 연봉제로 바꿨다.
A씨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급여체계가 변경됐고, 취업규칙이 근로자에 불리하게 변경되는데도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 미지급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입금 차액분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자 B대학은 2017년 8월 연봉제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전임교원 찬반투표를 벌였고 과반수 찬성을 얻었다. A씨는 다시 연봉제로 인해 2017년도에 지급받지 못한 급여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학 측은 2005년 A씨가 교수로 승진 임용할 당시 연봉제에 관한 취업규칙을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근로자에)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교원 과반수가 연봉제 변경에 찬성한 2017년 8월 이후부터는 취업규칙상 바뀐 연봉제를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법리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