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은 스키점프에서도 남발됐다. 선수 5명이 복장 규정 위반을 이유로 무더기 실격 처리됐다. 쇼트트랙에서처럼 중국의 수혜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미숙한 운영 사례로 남게 됐다.
문제의 경기는 지난 7일 밤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이다. 이 경기에 출전한 카타리나 알트하우스(독일), 다카나시 사라(일본), 다니엘라 스톨츠(오스트리아), 안나 스트룀, 실리에 옵세스(이상 노르웨이)는 모두 복장 규정 위반 사유로 실격됐다.
그중 알트하우스는 지난 5일 여자부 노멀힐에서 은메달을 획득할 때 사용했던 복장을 혼성 단체전에서도 입고 출전했다. 심판진이 같은 복장을 놓고 이틀 간격으로 다른 판단을 내린 셈이다. 독일은 혼성 단체전에서 알트하우스의 실격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스키점프에서 복장 규정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기준보다 큰 유니폼은 날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장 크기에서 허용되는 오차는 남자부 1~3㎝, 여자부 2~4㎝다. 유로스포츠는 “스키점프에서 복장 규정에 따른 실격은 흔한 일이지만, 무더기 실격은 이례적”이라며 “매우 충격적인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출전국 선수단에선 조직위와 FIS의 측정 절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옵세스는 노르웨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판진이 혼성 단체전을 앞두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복장 치수를 측정했다. 평소와 다른 자세로 측정에 응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나시의 복장에서 허벅지 부분이 허용치보다 2㎝ 크다는 이유로 실격됐다”고 비판했다. 다카나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부 노멀힐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던 아시아 스키점프의 강자다. 실격 판정을 받은 뒤 경기장 한쪽에서 눈물을 쏟은 다카나시의 사진은 8일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로 집계됐다.
슬로베니아는 총점 1001.5점으로 올림픽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 초대 금메달을 차지하고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국은 출전국 중 최하위인 10위에 머물렀다. AFP통신은 “올림픽 스키점프의 초대 우승자보다 사상 초유의 실격 판정이 더 관심을 끌었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