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심리 중인 1심 재판부의 주심이 휴직했다. 조 전 장관 사건을 맡은 법관이 휴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소속 김상연 부장판사에 대한 휴직 발령을 냈다. 김 부장판사는 오는 21일부터 6개월 동안 휴직한다. 그에 따라 조만간 열릴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위원회는 공석에 김 부장판사와 비슷한 경력의 다른 법관을 배치할 전망이다.
재판장 이어 주심 휴직…"개인적 사안"
김 부장판사의 휴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휴직 이유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인사 발령문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형사21부 소속 법관이 휴직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조 전 장관 사건의 재판장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질병을 이유로 지난해 4월부터 3개월 동안 휴직했다.
조 전 장관 사건은 2020년 1월 법원에 처음 접수돼 형사21부에 배당됐다. 이번에 휴직한 김상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정기 인사 때 이 재판부에 배정됐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그대로 재판장을 맡았고, 김상연 부장판사가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는 주심이 됐다. 이후 김미리 부장판사가 휴직하면서 마성영 부장판사가 재판장 자리를 이어받아 심리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례적 유임·PC 증거 기각 등 구설수
조 전 장관 사건을 맡은 형사21부는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만큼 구설수에도 수차례 올랐다. 앞서 김미리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4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하면서 논란이 됐다. 한 법원에 3년 넘게 두지 않는 인사 관행을 벗어났다는 지적이었다.지난해 12월에는 재판부가 ‘위법수집증거’ 여부가 쟁점이 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검찰과 각을 세웠다. 검찰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상태다.
대법원은 최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는 형사21부의 증거 판단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적용하면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상황이 된다.
앞서 형사21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1월 임의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을 참고해 검찰의 동양대 PC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소유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압수했으니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 2부는 지난달 27일 정 전 교수 사건에서는 유죄를 확정하면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보관한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동양대 PC의 증거능력 여부를 두고 형사21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앞서 검찰의 증거신청을 기각한 판단을 유지할 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모순되는 결론이 된다. 반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경우 조 전 장관 측의 반발과 함께 재판의 공정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형사21부가 증거신청 기각의 근거로 삼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주심은 천대엽 대법관이었다. 그는 정 전 교수에게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2부 사건에서 주심을 맡아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