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이재명’…냉정한 이미지 탈피냐, 불안한 정서 부각이냐

입력 2022-02-08 05: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6일 경남 김해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만 6번째다.

이 후보의 연이은 눈물에는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감성 전략’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정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후보가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지금까지 어린 시절과 어머니, 노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면서 모두 여섯 차례 눈물을 보였다.

가장 서럽게 울었던 건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 상대원시장을 찾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을 때였다.

지난해 11월 20일엔 충남 메타버스 일정 도중 논산 화지중앙시장에서 분식집 앞 쪼그려 앉은 할머니, 토란을 팔던 할머니와 각각 대화하다가 한 번씩 눈물을 흘렸다.

당시 이 후보는 “어머니 생각이 나서”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눈물이 계산된 건 아니지만, 강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 운 것이지만, 한편으론 센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참모들이 후보에게 ‘본인의 감정을 너무 감추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는데 이것이 반영된 듯하다”며 “약자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에 따르면 이 후보는 과거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 시절에는 세월호 행사를 제외하면 공개적으로 눈물을 보인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후보 본인도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은 이 후보가 ‘형수 욕설’ 논란 등 가정사로 공격을 받는 상황에 답답함과 억울함이 쌓여 감정적으로 분출한 것으로 해석했다.

원래도 감성이 풍부했는데,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지면서 감정이 격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이 후보가 어머니·형 등 가족 문제로 정치적 공격을 받는 것을 넘어 인간적으로 매도 당하고 있다”며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성남의 시장을 찾으니 서러움과 답답함, 후회 등 만감이 교차하면서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를 잘 아는 다른 의원도 “원래 이 후보가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높다”며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어릴 적 고생한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가 3등 경선 후보였던 2017년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국민의 선택으로 정치인으로서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는 자리에 서 있지 않느냐”며 “상대원시장과 봉하마을 등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정치적 목표를 돌이켜보면서 울컥한 것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눈물 전략’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인데, 유능한데 공감 능력까지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전혀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동정심에 약한 한국 정서상, 선거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른바 ‘눈물 전략’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200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 기타를 치면서 울었던 것이 ‘눈물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으로 꼽았다.

최 원장은 “이 후보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냉정한 이미지가 부각돼 왔기 때문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게 급선무”라며 “특히 백중세인 이번 선거에서 눈물 전략은 정치적 성향이 약한 중도층에 감성적으로 어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복되는 눈물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상대원시장에서 어린 시절을 언급하면서 우는 것까진 크게 공감을 가져왔다”며 “그런데 우는 모습이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이전 것까지 모두 ‘정치 쇼’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가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불안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안규영 정현수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