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폭증에 맞춰 7일 발표한 새 격리·치료 체계의 방점은 시민 자율에 찍혀 있다. 방역 당국의 관리가 느슨해지는 만큼 자발적으로 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본인과 주변에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변화라고 말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탑재된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폐지했다. 대신 확진자가 필요하면 별도 절차 없이 외래진료센터 등을 찾아갈 수 있게 했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필수 목적 외의 개인적 용무로 격리 장소를 이탈해도 잡아낼 방법이 없다.
확진자 동거가족에 대해 격리를 간소화한 것도 이와 유사하다. 기존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동거가족은 확진자 격리 해제 이후에도 추가로 ‘릴레이 격리’를 해야 했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사흘 동안 고위험군과 접촉하지 않고 KF-94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하지만 이 또한 개인 자율에 맡겨진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체계는)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역학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유선상 문답으로 이뤄졌던 것을 앞으론 확진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일방적으로 기입한다.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이지만 전보다 동선이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건강 모니터링과 재택치료키트가 제공되지 않는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들은 주의를 소홀히 할 시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정부가 현재 55곳인 외래진료센터를 112곳까지 늘리는 등 의료 체계 확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개인이 스스로의 몸 상태를 주시하다가 이상 시 즉시 상담·진찰을 받아야 한다.
의료 체계 내 협조도 필수적이다.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을 신청하거나 비대면 진료에 참여할 일선 의료기관의 역할이 크다. 제도적으론 동네 병·의원과 상급의료기관을 연계하는 체계도 여전히 중요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원급에서 적절히 진료를 할 수 없을 때 (상급의료기관에) 의뢰하는 체계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구호에 그쳤던 ‘자율과 책임의 방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해왔던 전략을 다 포기하거나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은 해야겠지만 피해갈 순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