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올림픽 ‘중국 설’ 영문 표기도 잘못된 것”

입력 2022-02-07 17:58 수정 2022-02-07 18:02
지난 4일 2022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Happy Chinese New Year'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한 것을 비판했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개막식 초반에 등장한 ‘중국 설’(Chinese New Year) 표기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 교수는 “개막식 초반에 등장한 ‘Happy Chinese New Year’ 문구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간 서구권 주요 도시 차이나타운에서 설날을 맞아 큰 행사가 진행돼 왔고 설날이 ‘Chinese New Year’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하지만 설날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라 ‘음력 설’(Lunar New Year)로 표기하는 게 옳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어 “아무리 자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해도 아시아권의 보편적 문화를 중국만의 문화인양 소개하는 것은 문화패권주의적 사고방식이자 올림픽 정신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하자 “우려했던 부분이 또 터지고 말았다”며 “아무리 중국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등장시켰다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펼쳐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었다.

서경덕 교수 SNS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올린 게시글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서 교수는 지난달부터 설 영문표기를 ‘Lunar New Year’로 바꾸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 교수는 “캠페인 진행을 중국 관영매체 등이 보도하면서 중국 누리꾼의 표적이 됐었다. 제 SNS 계정에 ‘악플 테러’와 끊임없는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설날도 훔쳐가는 도둑국’이라는 어이없는 주장까지 펼치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음력 설’ 표기를 국제 표준 명칭으로 바꾸기 위한 다국어 영상을 제작해 국제기구 및 글로벌 기업, 전 세계 누리꾼에게 꾸준히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앞서 ‘Lunar New Year’ 캠페인을 진행한 후 중국 누리꾼들이 SNS에 무조건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며 “잘못된 애국주의의 발로가 참으로 딱할 따름”이라고 지적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