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렸지만, 유통업계는 잠잠하다. 개회 몇주전부터 올림픽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이 쏟아지던 과거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로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집관족(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을 겨냥한 먹거리 할인 이벤트 정도가 전부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에서만 광고 캠페인을 한다. 동계올림픽마다 한정판 패키치 제품을 출시하고 대규모 TV 광고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홍보 활동을 삼가고 있다.
코카콜라뿐 아니라 삼성전자, 비자, P&G 등의 다른 공식 후원사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영향이다. 올림픽 후원사들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와중에 여러 경로로 압박을 받으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이어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특수’를 기대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림픽 관심도’는 확연히 떨어졌다.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보니 굳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올림픽보다 설 연휴 이후 마케팅, 발렌타인데이 등에 더 집중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중국을 향한 부정적 여론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복을 둘러싸고 문화공정 논란까지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올림픽 마케팅’을 했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까 우려한다.
유통업체들은 대대적인 올림픽 마케팅 대신 ‘집관족’을 겨냥한다. 간편식과 주류 등의 먹거리 할인 행사로 올림픽 분위기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다가 설 연휴까지 끼면서 올림픽이라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기존에 하던 할인 행사를 이어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선수단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간접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코로나19로 현지 급식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전달했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사인 롯데그룹은 대한스키협회와 함께 1~6위를 차지한 선수·지도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