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라디오 PD “민주당 항의로 프로그램 하차” 논란

입력 2022-02-07 17:06 수정 2022-02-07 17:35
SBS 라디오 '시사특공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재익 PD. 유튜브 SBS 시사교양라디오 화면 캡처

SBS 라디오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는 이재익 PD가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로 하차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PD는 지난 6일 개인 블로그에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며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아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방송 첫 곡으로 나간 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와 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방송 중 해당 가사를 따라 부른 뒤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며 “이런 사람이 넷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다.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이런 가사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을 뽑으면 되겠느냐, 안 되겠느냐.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 그럼 이 방송 없어진다”라고 덧붙였다.

이 PD는 “내가 의도한 방향은 ‘내로남불’ 비판이었다.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것은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며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했다는 의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7일 성명을 내고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마디에 교체됐다”며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해 왔다.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항의가 있자마자 진행자 교체를 한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BS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며 “이재익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의 항의 때문에 하차했다는 이 PD의 주장에 대해선 “방송 내용에 대해 이 후보 캠프측의 항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