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가검사키트 대란인데 관련 예산 태부족…정부 추경안에도 없다

입력 2022-02-08 06:00
지난 6일 오후 서울 시내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는 약국 모습. 연합

곳곳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자가검사키트 관련 예산이 올해 본예산에 1분기 소요분만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 14조원에도 자가검사키트 관련 예산은 포함돼 있지 않다.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추경을 통해서라도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7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경 예산안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본예산에는 ‘진단검사비 지원’ 명목으로 6260억원이 편성돼 있다. 이 예산은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에 쓰이는 목적으로, 자가검사키트 구입에 드는 예산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 예산에 1분기 소요분만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4월 이후 진단검사에 필요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도 진단검사에 필요한 추가 예산은 찾아볼 수 없다. 진단검사 체계는 지난달 29일부터 바뀌어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은 PCR 검사에 앞서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1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자가검사키트가 품절되는 현상도 속속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진단검사비 관련 예산이 부족하면 다른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쓰거나 예비비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정처도 “진단검사비 지원 등이 1분기 소요 예산만 편성돼 있어 향후 부족분에 대해서는 타 사업의 이·전용 및 예비비 사용 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비비 역시 넉넉하지 않다.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예비비는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9조7000억원 대비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이마저도 1조4000억원은 소상공인과 방역 지원을 위해 지난달 이미 지출했다.

정부는 추경안에서 예비비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정처는 “예비비는 예산의 편성이나 심의 당시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되지만, 코로나19가 4월 이후에도 종식되지 않는다면 관련 예산에서 추가 소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예산이 소요되면 예비비 역시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안을 심사 중인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오미크론 대유행 기간에 국민 1인당 일주일에 2개씩 무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지급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여당은 관련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 마스크 대란 때처럼 수출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들은 23억7000만 달러어치의 자가검사키트를 수출했다. 2020년보다 89.2% 증가한 수치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난 4일 “기존 계획된 수출 물량과 일정을 조정해 국내 유통 제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며 “특히 국내 물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수출 제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