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재’가 스마트폰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제품을 만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 공개하는 갤럭시 S22에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고 7일 밝혔다. ‘유령 그물’로 불리는 폐어망을 스마트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개발했다. 폐어망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는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 S4 패키지를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2019년 갤럭시 S10부터 포장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제거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삼성전자는 향후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를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MX사업부 전체 라인업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에 갤럭시 생태계를 위한 친환경 비전인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제품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 제거, 모든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 전력 제로(zero)화, 전 세계 MX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매립 폐기물 제로화라는 세부 목표를 설정했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의 제품 전반에 재활용 소재를 쓰고 있다. 특히 아이폰 탭틱 엔진에 들어가는 희토류 소재는 100% 재활용이다. 애플은 아이폰 분해로봇인 ‘데이브’를 이용해 탭틱 엔진에서 희토류 자석, 텅스텐, 강철 소재를 회수한다. 2030년까지 공급망 및 제품의 100% 탄소 중립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친환경 소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리얼미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리얼미 GT2 프로’ 한정판에 친환경 바이오 소재를 채택했다. 글로벌 화학기업 사빅(SABIC)과 협업해 낙엽, 펄프 등에서 얻은 종이 소재를 사용했다. 화웨이, 오포 등도 친환경 소재를 부분적으로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아직 친환경 분야에 소극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렌드를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친환경 소재를 늘리는 건 과거처럼 사양·기능을 높이는 걸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스마트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는 ‘에코 레이팅’을 도입하고 있다. 티모바일, 보다폰, 텔레포니카 등 유럽지역 이통사 6곳과 삼성전자, 오포, 리얼미, 샤오미, 모토로라 등이 여기에 참여한다.
국가 단위의 압박도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스마트폰 충전단자 규격 통일을 강제했고, 운영체제 지원 및 수리보증 기간도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사용기간을 늘리는 게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