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 회계조작 사건으로 징역 9년이 확정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회사에 수백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강민성)는 대우조선이 고 전 사장과 김갑중 전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옛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사람이 공동으로 약 850억원을 대우조선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CFO에겐 이와 별도로 202억여원을 추가 배상 명령을 내렸다.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 사장으로 있던 2012~2014년 매출액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자회사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 5조7000억원가량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7년 고 전 사장에게 징역 9년을 확정 선고했다.
이듬해 회사 측은 고 전 사장 등을 상대로 38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임 당시 임원진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임직원 성과급과 주주 이익배당금 등을 과다 지급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고 전 사장 등은 재판 과정에서 “2008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진 분식회계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시정하지 못했을 뿐 분식회계를 적극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 전 사장 등이)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분식회계로 인한 직접적인 이익 대부분이 원고에게 귀속됐고, (두 사람이) 분식회계를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기보다 기존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회계 부정행위에 편승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며 이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