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학’, 사회의 폭력이 빚은 비극”… 시즌2는 ‘반좀비 생존기’ 될 듯

입력 2022-02-07 16:02
이재규 감독. 넷플릭스 제공

사회의 폭력성이 좀비를 만들었고, 좀비가 한 도시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넷플릭스 시리즈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7일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비극은 학교 폭력에서 비롯된다. 학폭 피해자인 아들을 위해 효산고 과학교사 이병찬이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서사가 극 초반부에 드러난다. 웹툰 원작에 없는 설정이었다.

좀비로 인해 한 도시가 폐허가 되는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지만 희망의 메시지도 담았다. 효산고 학생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은 아직 우리 사회에 인간성이 남아있다는 희망을 갖게끔 한다. 이 감독은 “인간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왔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전했다.

극 중에는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이 녹아 있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구조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 감독은 “세월호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며 “그런 게 왜 일어날까 하는 의문을 담았다”고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아이들을 구하는 건 가족과 동료, 친구들이었다. 극 중 아이들의 부모는 자식을 구하기 위해 좀비 떼가 있는 효산고로 망설임 없이 직진한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아무 곳에 기댈 수 없는 상태에 노출되고 누군가 이 아이들을 구해야 하지만 시스템이 그걸 하지 못한다”며 “국가가 하지 못하는 걸 가족이 한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 없던 연출 일부가 공개 직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여학생에 대한 성착취물 촬영 장면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성착취 피해자가) 자기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영상을 없애려 하는 것을 보고 그 아이에게 행한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모두가 느낄 수 있길 원했다”며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했다면 죄송하다”고 전했다.

좀비 면역자 등 ‘좀비 돌연변이’ 설정은 코로나19의 상황을 참고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좀비도 돌연변이가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래야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돌연변이들의 생존기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오징어 게임’ 흥행 후에 지우학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감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우학이 ‘오징어 게임’의 바로 뒤를 잇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