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도에 비상사태 선포…백신반대 시위에 도시기능 마비

입력 2022-02-07 14:46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6일(현지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의사당 앞에서 트럭 위에 올라가 캐나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코로나19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도 오타와에선 도시 기능이 마비되자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짐 왓슨 오타와 시장이 도시를 마비시키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왓슨 시장은 성명을 통해 “이는 계속되는 시위로 인해 주민들의 안전과 보안에 대한 위험성과 위협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다른 관할 지역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사태 선언이 각종 법원 판결과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고, 방역 일선의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에게 필요한 장비 구입 및 용역 배분, 추가 전력 수요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럭 시위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어 운행하는 트럭 운전사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정부 조치에 반대하며 자유운송협회 주도로 지난달 29일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점차 세가 불어나며 모든 방역 규제 철폐 및 쥐스탱 트뤼도 총리 퇴진 시위로 격화됐다.
캐나다 밴쿠버의 시민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트럭 시위를 성원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차량 행렬을 향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오타와 현지 주민들은 연쇄적인 자동차 경적 소리, 대규모 도로 점거, 인도 주행, 시위대의 야유 등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위대는 연료를 운반해가며 트럭 엔진을 지속적으로 가동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왓슨 시장은 이날 CFRA 인터뷰에서 “시위대가 경찰관보다 수가 많다”며 “현 시점에서 상황은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고 토로했다. 제프 라이퍼 오타와 시의원은 “여행에 지장을 주고 정신적 피해를 주는 등 도시 전체에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토론토, 밴쿠버 등 캐나다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벤쿠버에선 시위대가 시내 중심가로 진입하는 차량에 돌과 계란을 던지고 바닥에 못을 뿌리고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오타와 경찰은 시위에 미국 공화당원 중심의 단체 등 외부 세력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날 오타와 웰링턴가에선 ‘트럼프 2024’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는 시위 참가자도 목격됐다. 브루스 헤이먼 전 캐나다 주재 미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단체가 캐나다 내에서 파괴적 행동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WP는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접종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로 백신 의무화 조치는 캐나다에서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캐나다트럭협회는 트럭 운전사들의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받았다며 시위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현재 오타와 경찰은 추가적인 시위 합류를 차단하기 위해 전날 도심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상태다. 현지 경찰은 시위대가 연루된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 97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