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장진창 주이” 中 올림픽 피겨선수 향해 십자포화

입력 2022-02-07 13:57
중국 국가대표 주이가 6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넘어진 중국 국가대표 주이(19)가 자국 팬들의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주이는 중국어가 미숙하다. 중국 피겨 팬들은 이런 주이를 사실상 미국 선수로 보고 있다. 경기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실수만으로도 SNS상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주이를 향한 비난은 중국 SNS 웨이보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이 끝난 지난 6일부터 ‘주이가 넘어졌다(#ZhuYiFellOver)’ ‘엉망진창 주이(#ZhuYiMessedUp)’라는 해시태그가 잇따랐다.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의 조회수는 2억3000만건이나 도달했다.

미국 ABC방송은 7일 주이를 향한 중국 팬들의 비판 여론을 다루면서 “지금은 웨이보에서 관련 해시태그를 확인할 수 없다.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주이는 이 경기에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첫 오프닝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착지에 실패해 넘어졌고 아이스링크 벽에 부딪혔다. 주이는 다시 일어서 연기를 이어갔지만 프로그램 후반부에 다시 점프 실수를 범했다. 남·여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의 총점을 합산하는 단체전에서 주이는 여자 싱글 최하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중국의 순위는 3위에서 5위로 밀렸다. 상위 5개국이 결선에 진출하는 만큼 메달 도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주이는 중국 SNS상에서 사이버 불링(온라인상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 됐다. 최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미국 태생이고, 중국어에 원활하지 않은 탓에 더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주이의 중국어 실력을 문제로 삼았다. “주이가 애국심을 논하기 전에 먼저 모국어를 배우길 바란다”는 글도 웨이보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안방 대회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12명의 외국 태생 운동선수들의 귀화를 허용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주이도 12명의 귀화선수 중 하나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중국으로 귀화하며 이름도 베벌리 주에서 주이로 바꿨다.

주이는 경기를 마친 뒤 “속상하고 창피하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성적 압박이 주이의 표정과 발언을 통해 나타났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주이의 실수와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을 전하면서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올림픽 메달 수를 국력의 상징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