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송 호소해도 답변 없었다” 사망 10대 유족 주장

입력 2022-02-07 11:37 수정 2022-02-07 15:29
지난 4일 오전 서울시의회 인근 설치된 코로나재난 국민합동분향소에서 코로나19진상규명시민연대 관계자 등이 코로나19 사망자·백신 접종 사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에 설치된 코로나19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 7일 앳된 남학생의 영정이 들어섰다. 재택치료 후 격리해제 된 지 나흘 만인 지난 4일 광주에서 숨진 송모(17)군이었다. 송군은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인정한 첫 10대 사망자이며, 국내 젊은 연령층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색전증이 확인된 첫 사례다. 확진자 폭증으로 모니터링, 의료기관 연계 등 재택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 측은 송군이 지난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숨쉬기가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을 호소했으나 격리 해제 당일까지 보건소 측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7일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송군은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증상이 악화되고 있어 생활치료센터로 옮기고 싶다’는 요청을 했으나, 보건소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송군의 유족은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정부는 ‘매뉴얼에 따랐다’고 주장하지만 위기 대응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보건 당국이 “재택 치료 후 증상이 완화돼 특이 소견 없이 격리 해제 조치했다”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유족 설명을 종합하면 송군은 지난달 31일 격리 해제 직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향후 사흘간 외부와 접촉을 조심해달라”는 안내만 받았을 뿐이었다. 현재 정부는 확진 후 재검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도 무증상인 경우 전염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격리를 해제하고 있다.

유족은 “우리 애는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며 “재검사를 받고 올 때도 ‘밀접 접촉을 피하라’는 안내에 따라 아픈 몸을 이끌고 집까지 걸어왔다”고 말했다.

송군의 증상이 심각해진 건 재택격리가 해제된 지 사흘째던 지난 3일부터다. 흉통이 심해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송군은 직접 재택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 관계자에게 ‘두통이 심하고 숨을 쉴 수가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유족들이 1시간이 지나서 받은 답변은 “서구 치평동의 A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는 안내였다.

문제는 A병원이 응급실이 없는 아동전문병원이라는 점이다. 호흡곤란 환자는 응급실이 있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제대로 연계되지 않은 것이다. 119구급차를 제때 탈 수도 없었다. 병원 측이 119에 도움을 요청하면 보건소가 중간에서 조율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국 송군 아버지가 직접 차량을 운전해 안내 받은 주소로 도착했지만 그곳에 병원은 없었다. 유족 측이 확인한 결과 이미 A병원은 이미 지난해 8월 그곳에서 차량으로 20~30분 거리 떨어진 장소로 이전을 한 상태였다. 송군의 아버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이전한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119구급대원으로부터 “집에서 대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측은 “집 근처 대형병원으로 안내했지만 의사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 과정에서 약 4시간이 지체됐다고 설명한다. 송군의 상태는 나빠졌고 이튿날인 4일 오후 6시43분쯤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은 “정부 지침과는 달리 직접 환자와 접촉하는 1차 의료기관의 태도는 안일했다”며 “재택치료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됐다면 어린 아이가 갑자기 사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