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가 내 번호로 양성문자…‘코로나 호소’ 시달린 직장인

입력 2022-02-07 10:55 수정 2022-02-07 12:24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 보건소가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양성 결과 안내문자를 한밤중 일반 시민의 번호로 보내는 실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민은 보건소의 오인 안내로 인해 지난 6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확진자들의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연락에 시달려야 했다. 확진자 중에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이 시민에게 보내기도 했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구 거주 중인 직장인 A(28)씨는 지난 6일 밤 12시30분쯤 갑자기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적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A씨는 누군가 장난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거나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일줄 알고 무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가 A씨의 휴대전화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어 전화까지 수십 통이 걸려 오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A씨에게 “몸이 아픈데 약을 먹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A씨는 “전화를 잘 못 걸었다”고 말했지만 상대방은 “보건소 공무원이 아니냐”며 “당신 번호로 안내 문자를 받아서 전화했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A씨는 보건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설명한 뒤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이런 전화는 새벽 내내 계속됐는데, 업무 특성상 전화를 받아야 해 무시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알고 보니 화성시 보건소에서 공동대응번호를 통해 확진자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번호 중 숫자 하나를 다르게 입력해 발송한 것이다. 화성시가 문자 안내를 한 확진자 수만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확진자는 자신의 상태가 위독하다고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일부 확진자들은 이상 증상 호소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나 주소, 주민등록번호, 외국인 여권 사진과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A씨에게 보냈다. 코로나 확진 여부 등의 개인정보가 엉뚱하게 악용될 수 있던 상황인 셈이다.
A씨가 6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받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문의 문자메시지 내용. A씨는 밤새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확진자뿐 아니라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보내오는 확진자에게 잘못된 번호로 안내가 이뤄졌다고 해명해야 했다. A씨 제공.

문제는 보건소 측의 미흡한 대처였다. A씨는 보건소 측의 실수라는 점을 알고 정정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보건소에 연락했다. 그러나 A씨가 보건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모든 내선 번호로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보건소로부터 해당 사안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것은 이날 오후 2시가 지나서였다. 이 연락마저도 “밤중에 안내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우리가 실수했을 리가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이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가 재차 항의한 끝에 오후 5시쯤에야 보건소 측에서 확진자들에게 정정문자를 보냈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화성시 측은 “직원이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다 역학조사팀 공용대응번호와 한자리만 다른 A씨 번호로 잘못 기재해 벌어진 일”이라며 “대책 회의를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