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독’ ‘프·러’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사태 외교전

입력 2022-02-07 09:01 수정 2022-02-07 09:03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 4개국 정상들의 외교전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각 회담의 성격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미·독 정상회담은 러시아 제재를 위한 서방 동맹의 단결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가 높아 대러 제재 전선에서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프·러 정상회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유럽 안보 재편을 주장해 왔던 마크롱 대통령의 독자적 움직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숄츠 총리의 첫 방미 의제 중 가장 중요한 건 베를린이 서방 동맹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는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로 국내외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독일 유력지 슈피겔은 지난주 “독일이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과묵함 때문에 미국에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불신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보도했다. 해당 문서는 에밀리 하버 주미 독일 대사가 독일 외무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 대사는 문서에서 “(독일을 불신하는 건) 언론만이 아니라 미 의회도 마찬가지”라며 “워싱턴은 독일의 행동이 러시아로부터 값싼 천연가스를 계속 조달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미국 조야에서 일고 있는 독일 동맹에 대한 불신 분위기를 고위 외교관이 직접 자국에 보고한 것이다. 하버 대사는 “미 공화당원들은 베를린에 있는 외교관들에게 독일이 푸틴 대통령과 동침한다고 말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독일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제재 유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막았고, 최근에는 무기 대신 헬멧 5000개를 지원해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독 정상회담이 억지력 강화를 위한 독일의 적극적 행보를 끌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토마스 클라인 브록호프 베를린 사무소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맹에 대한 가시적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이 리투아니아에 주둔하는 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지원 강화 가능성을 밝힌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도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한 협상이 가능하고, 러시아가 자국의 안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나토와 유럽연합(EU)이 함께 하기 위한 규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고, 독일은 곤경에 처해 있고, 러시아는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 안보를 재편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러 정상회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계속되는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 및 억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병력 증강을 막기 위한 나토 동맹과 주요7개국(G7) 국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며 “나토 동부지역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노력 방안을 논의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높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